Ep.2 혼자서 식당가는 건 너무 긴장돼

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by 라온제나

20대 중반 우울감을 많이 느꼈던 시기, 진로와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때까지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혼자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없었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 혼자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는데 나는 왜 혼자서 뭘 잘 못하지 싶었다.

혼자 슈퍼를 나가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고,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쌍둥이 언니와 함께 했기 때문에 혼자서 뭐든 척척 해내는 막내 여동생을 보며 내가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늘 혼자서 뭐든 다 했다. 혼자서 식당 가서 밥 먹고, 혼자 여행을 가고, 혼자 영화 보러 가고 혼자 옷 사러 가고, 그게 참 신기하다.

미둥이(남편들, 미국쌍둥이 이하 표기 미둥이)들은 우리보다 더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혼자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경험이 거의 없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늘 언니와 상의하고 함께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혼자 판단을 하고 선택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이 사실을 자각한 날 왠지 너무 무서워졌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혼자서 살아가는데 나 혼자 도태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언젠간 떨어질 언니로부터 멀어지기 연습을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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