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쌍둥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관심을 받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똑같이 생긴 사람 두 명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이상하거나 무섭지 않나?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대했다.
그 호감과 관심의 눈빛을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숱하게 접했는데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머 너네 쌍둥이야? 똑같이 생겼네!"라고 말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그리고 2차적으로 늘 하던 질문은, "누가 언니야?" 그러면 언니가 쭈뼛쭈뼛 손을 들었고 나는 뻘쭘하게 서 있었다. 그다음 조금 더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이 말까지 하고 만다.
"아~ 언니는 좀 갸름하고 동생은 동그랗게 생겼네~"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우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점이 어디가 있고 어디가 없네 동그랗고 갸름하네 키가 크고 작네 등등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다른 점들을 찾아내었다.
미국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미국 문화는 좀 다른 줄 알았는데 남편들도 어릴 때 많이 겪었다고 한다.
"동생이 더 동그랗네~" "형이 더 갸름하네~"
학교 다닐 때는 새 학기만 되면 모르는 친구가 지나가다가 반갑게 인사를 하곤 했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았던 편이라, 내가 또 까먹었나 보다 하고 어색하면서도 무례하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그 친구는 알고 보니 언니가 이미 친해져 인사했던 친구였다. 내가 당연히 몰랐을 수밖에..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는 반갑게 인사했는데 내가 기억 안나는 표정으로 인사해서 은근 섭섭했다고.. 일란성쌍둥이들에게는 매 새 학기가 되면 일어나는 웃픈 일이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한 명이 학교를 자주 돌아다니는 줄 아셨다고 한다.
쌍둥이로 살아가면 장점들이 참 많다. 우선 사람들에게 호감으로 인식이 되고, 혼자일 때보다 존재감이 커서 늘 더 관심받고 기억된다. 친구같이 든든하고 뭐든지 함께 해서 외롭지 않다. 어릴 때는 무서운 걸 보고 나면 늘 한 침대에서 붙어서 같이 잤다. 그러다 새벽에 깨 화장실을 가야 하면 언니를 깨워 꼭 같이 갔다. 언니도 나를 깨워 화장실 앞에 세워놓았다.
어릴 때뿐만이 아니다. 만 25살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간 뉴질랜드의 기숙사에서 낯설고 무서운 첫날밤, 우리는 1인용 작은 침대에서 둘이 꼭 붙어 잤다. 다 큰 성인 둘이, 심지어 같은 방에 우리 말고도 2명이 더 있었다.
쌍둥이의 장점 중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은 누군가와 싸운 후 빨리 마음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친구와 싸워 기분이 안 좋은데 언니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풀려있었다. 남자 친구와 싸우고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랑 내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하지만 큰 단점이기도 한 부분은, 우리끼리 풀린다는 것이다. 싸운 대상은 여전히 나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 있을 텐데 그래서 당사자끼리 대화를 하며 풀어야 하는데 나만 어느새 풀려 있으니 상대는 더 답답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쌍둥이인 사람과 연애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이 답답하고 외롭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형제자매가 없이 혼자 자란 친구들은 우리를 늘 부러워했다.
“너네는 별로 외롭지 않지?”라고 물으면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왠지 내가 쌍둥이인 것이 특권인 것 같았다. 우리는 정말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건 좋은 점만 있지 않다.
우리는 외로움을 모르지만 그래서 고독의 즐거움도 잘 모른다.
가끔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선택하고 싶고, 혼자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싶은데 환경적으로 잘 안되고 습관이 잘 안돼서 아쉬울 때가 있다.
쌍둥이들은 외로움을 잘 못 느끼지만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게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