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남편들도 일란성쌍둥이입니다.

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난 이야기

by 라온제나





나에게는 2분 차이 쌍둥이 언니가 있다. 우리는 외모와 목소리, 체형이 닮은 일란성쌍둥이다.

우리가 보기에 우리는 정말 안 닮은 것 같지만 우리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늘 우리를 신기하듯 쳐다본다.

어릴 때부터 늘 겪었던 일인데 길거리를 가다가 사람들이 우리를 불러 세운다.

“어머 너네 쌍둥이야?” 그럼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누가 언니야?” 나는 언니를 쳐다보고 언니는 한 손을 위로든다.

“아~ 언니는 갸름하고 동생은 동그랗네! 아아! 언니는 눈에 점이 있네!”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사람들은 우리의 다른 점을 찾으며 신기해한다.


우리는 엄마의 독감으로 인한 큰기침 때문에 예정일보다 빨리 나왔다.

8개월 반 만에 1.9kg, 2.1kg 미숙아로 태어나 바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약 40 여일쯤 뒤 미국에서 남자 일란성쌍둥이가 태어났다.

이들은 건강하게 3-4킬로로 10달을 다 채워 나왔다.


25년이 지나고, 서로 떠난 해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언니는 형과, 동생은 동생끼리 결혼하게 된다.

서로 헷갈리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몇 번 내(동생)가 남편 손잡거나 쓰다듬으려다가 매트(형)를 터치한 적이 있긴 하다. 뒷모습만 보면 가끔 헷갈려서 이제는 얼굴부터 확인 후 스킨십 하는 습관이 생겼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있을까 어릴 때부터 궁금했다.

그런 사랑은 드라마와 영화니까 나오는 거지, 내 인생에 그럴 일은 있다 해도 60살 이후가 돼서 인생을 돌아볼 때야 겨우 ‘아 그게 사랑이었구나 ‘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돌아올 땐 파란 눈에 금발 남자 데리고 올게” 했는데, 고동색 눈에 고동색 머리의 미국 남자를 데리고 왔다. 그것도 언니와 동시에.


꿈이라는 예쁜 말로 포장해 사실은 도피의 마음으로 갔던 세계여행,

쌍둥이 언니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갔다가 더 붙어왔던 우리,

서로 쌍둥이를 만나 떨어져 살 필요도 없어졌다.

마치 예정된 운명 같았던 우리의 만남, 쌍둥이 커플의 이야기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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