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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Mar 04. 2018

세계여행 첫날 공항에서 나에게 쓴 편지

세계여행 D+1



[세계여행] 세계여행 첫날 떠나기 전 공항에서 나에게 쓴 편지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나의 심리상태는 긴장되고 신경 쓰이는 편이었다.
이상하게 배가 아프고 숙면은 못 취하고 커피를 마셨을 때 심장이 두근 두근 뛰는 듯한 그런 느낌.
새로운 도전 앞에 설렌다는 느낌보다는 긴장이 되고 몸이 뜬 느낌
어느 것에도 집중되지 않고 무얼 봐야 할지 무얼 먹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실제 준비기간은 약 6개월, 그때 문득 가슴속에 묵혀두었던 이 소망을 스치는 바람으로 남기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올 땐 순서 있어도 갈 땐 순서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나로서는
하고 싶은 것 하고 듣고 싶은 것 듣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그렇게 만족된 상태에서 생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는지 모른다.
6개월 전의 나는 세계여행이란 수단을 통해 내 인생을 마음껏 살아보고 싶었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 하지만 큰 기대는 없다.

애쓰지 않으면서도 물 흘러가는 대로 인생의 흐름을 타면서
갇혀 있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고 싶다.
흘러 흘러 문득 어느 아름다운 곳에 다다랐을 때 그곳에 더 큰 물들과 함께 강을 만들고 바다를 구성하고 싶다.

아이들 같은 순수함을 잊지 말고 어르신들의 겸손함과 여유를 어깨너머 배우며 내 마음에 온전히 나로서 살 수 있는 그런 삶. 그런 여행.
내 안의 강박적 순환고리를 끊도록 계속해서 스스로를 살펴보고
감시나 채찍이 아닌 포옹과 당근을 주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안을 줄 아는 그런 멋진 사람.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의 감정을 존중하며 모든 삶을 찬사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다독이며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
Giver로써 살지만 나를 잃지 않는 사람
한 마디 말을 내뱉어도 진중 하고 진짜인 말을 하는 사람
한 문장 내려쓸 땐 더욱 견고하고 깊은 언어로 표출하는 사람
내 안이 단단하고 가득해져 베풀고 여유가 있는 사람
깊은 사색을 통한 깊은 울림을 전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계속해서 그런 사람이 되는 길로 한 발 한 발 가까워지고 싶다
그러다 그 길 위에서 생이 마감한다 하여도 내 영혼은 계속해서 걸어가리라.


- 18.02.20 김해공항에서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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