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중국여행
[세계여행/중국여행] 중국 운남성여행, 전세계 쌍둥이들이 참여한 묵강 국제 쌍둥이축제
묵강(墨江)은 예로부터 쌍둥이들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 오면 과일이나 채소도 쌍으로 붙어서 나기도 한다던데!!
지리적, 기후적으로 뭔가 신비한 곳인 묵강에서 14번째 국제쌍둥이축제(国际双胞胎)가 열렸다.
1000여쌍의 전세계 각지에서 쌍둥이들이 몰려온다.
우리는 운남성여행을 하다가 쿤밍에서 우연히 이 소식을 들었다.
“어! 쌍둥이에요? 여기 운남성에 큰 쌍둥이축제가 있는데! 한번 가보세요!”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별 기대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어서 그냥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쌍둥이축제 담당자셨는데, 직접 전화로 “오면 분명 후회안할거에요. 전세계 각지에서 쌍둥이들이 오고, 축제 3일동안 쌍둥이들이 VIP에요. 숙박, 식비 모두 제공되고 환영도 받는답니다!”
배낭여행자인 우리에게 ‘숙식’이 제공된다는 소식은 강력한 유혹거리였다.
원래는 따리의 산속 절에서 하루 이틀정도 더 머무르려했지만, 이 유혹거리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언니와 나는 당장 가겠다고 결정하고 다시 쿤밍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담당자께서 보내주신 참여 쌍둥이들의 사진을 보는데 왠걸.. 쌍둥이스타들만 오나..
뭔가 다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들인것 같았다.
게다가 옷도 머리도 신발도 모두 똑같이 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옷이 없었다..... 태국에서 산 색만 다른 원피스 말고는..
당장 쿤밍 시내를 뒤지며 혹시 ‘한복’을 대여하는 곳이 없을까 알아보았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참여자여서 우리는 한국인처럼 보일만한 옷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준비기간은 하루!
밤늦게까지 옷을 둘러보다 겨우겨우 자라에서 샀지만, 숙소에 돌아와서 보니 ‘아 이건 아니다’ 였다.
다음날 아침일찍 나서서 환불하고 지하쇼핑센터를 샅샅이 뒤져보다가 가성비 갑인 옷들을 샀다.
겨우 준비하고 시간맞춰 쿤밍 어떤 호텔 앞에서 대형버스를 기다렸다.
그곳에는 중국인 몇십쌍의 쌍둥이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쳐다봤다.
나도 쌍둥이지만 이렇게 똑같은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보는 경험은 새로웠다.
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갔다 ㅋㅋ
버스를 타고 우리는 몇 시간을 달려 중국에서 ‘차’생산지로 가장 유명한 ‘푸얼시’(보이차 생산지)근처까지 왔다.
그 근처가 바로 축제가 열리는 ‘묵강’ 이란 지역인데, 이곳에서 3일동안 국제쌍둥이축제 겸 이곳 소수민족인 ‘하니족’ 사람들의 축제인 ‘하니태양제’가 열린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고, 마치 스타가 된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곳 저곳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우리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첫 기분은 얼떨떨하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우리의 배낭을 대신 옮겨주는 짐꾼 친구들과 3일동안 우리옆에 붙어서 우리를 도와줄 매니저역할을 할 친구까지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살면서 이런 경험 언제 해보겠나 싶은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숙소도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아주 깨끗하고 넓고 모든게 만족이었다 :)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가려했는데 한국쌍둥이들은 어디로 오라고 해서 따라갔더니, 세 쌍의 쌍둥이들이 더 있었다.
그리고 둥근 탁자에 각자 자리가 배정되어 앉았는데, 우리는 뭣도 모르고 앉았다.
옆에는 아름다운 쌍둥이 여자들이 앉아있어서 우리는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세계여행중에 우연히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중국 쌍둥이 MC로 활동중인 쌍둥이였고, 북경출신이었다.
알고나니 우리와 함께 합석한 사람들이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랬다. 우리가 불려온 이곳은 축제 관계자들과 vip들만 함께 있는 곳이었고,
우리는 ‘한국’에서 온 유일 쌍둥이라 우연히? 운좋게도? 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것이었다.
한국에서 온게 왜? 라고 생각할지도 몰랐겠지만
‘한국에서 온 세계여행하는 쌍둥이’ 타이틀은 꽤 사람들을 놀라게 했나보다.
이후에 무대에 올라 축제를 진행한 북경쌍둥이 언니들이 우리를 언급해주었다......!!!
‘한국에서 온 쌍둥이들이 세계여행을 하는 도중 우연히 소식을 듣고 축제에 참여했대요. 대단해요!’ 이런 비슷한 말을 한 것 같다.
다른 쌍둥이들 대부분은 우연히라기 보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설 자신만의 특기 장기도 준비해서 오니까. 우리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나 보다.
이후 우리는 세계 각지의 쌍둥이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중 우리처럼 우연히 소식을 듣고 참여한 미국 쌍둥이들과 친해져 계속 함께 놀고 있다 :)
우리는 이 축제에 그냥 놀러와서 즐기는 일반 구경꾼이 될 줄 알았었다.
하지만 3일 내내 우리가 이 축제의 중심이었다. ‘쌍둥이’가 없는 ‘쌍둥이 축제’는 없듯.
쌍둥이들은 3일간의 일정이 아주 빡빡하게 잡혀 있었다.
우리는 첫 경험이니 이곳 저곳 다 갔는데, 정말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도착하면 뻗고 바로 잘 정도 였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보다 더 안꾸미게 되었었다.
한국에서도 화장이나 옷을 잘 안차려입었지만, 여행을 하면서는 필요성을 못느껴 더욱 그랬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랜만에 가방 저 끝에 남겨놓았던 화장품을 꺼냈다.
첫날 느낀 것이다.
온갖 카메라부대들과 기자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본다.
쌩얼과 대충입은 옷은 안될것 같았다.
오랜만에 치장을 하고 나서니 자신감 상승!
게다가 똑같이 입고 똑같이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힐끔 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평생 살며 이렇게 많이 사람들과 사진을 함께 찍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둘째날과 셋째날은 화차(꽃으로 장식된 긴 열차)에 타 행렬을 시작했다.
뭣도 모르고 탔는데 알고봤더니 이 또한 국외(중국인이 아닌) 쌍둥이들만 있거나, 좀 독특하거나 튀는 쌍둥이들이 타는 것이었다. 우리 앞으로는 말레이시아 가수 쌍둥이들과 뒤에는 미국 쌍둥이들이 타서 친해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이 시간동안 우리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야 했고, 한국국적임을 알리기 위해 태극기를 꺼내들어 보여주곤 했다.
우리의 생김새는 중국과 비슷하므로,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하거나, 한국국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별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국기를 보여주는것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중국인분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걸 알아차리고 나면 계속해서 질문과 환한 미소로 관심을 주셨다.
태극기를 알아본다는 것과, 곳곳에서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또 때때로 “사랑합니다”도 들렸다.
이건 정말이지 감동이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우리는 그들이 한국드라마를 사랑해서 알게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류’에 깊은 감사를 느꼈고, 한국 배우들의 연기활동에 진심으로 존경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중국에 오기전 사드갈등 때문에 혐한 감정이 있으면 어떡하지? 중국인인척 해야지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왠걸.. 한국인을 너무 좋아해주시고, 호감을 가져 주신다.
따리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은 우리에게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물으셨다.
“너네 혹시 장동건 만나본적 있어? 내 젊을때 우상이었는데!” 라고..
하하 나는 이렇게 답했다.
“장동건 실제존재하는 사람인가요?”
ㅎㅎㅎㅎㅎㅎ
저희도 한국에서 보기가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 힘든 존재들인데..
그녀의 그런 태도는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으며 순수한 사랑이 느껴져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만난 많은 중국인들, 특히 여성 친구들은 정말 눈을 반짝이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눈빛은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때 수줍어하며 설레는 맘을 용기내 고백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한 친구는 나를 만난날 한 두시간만에 “我喜欢你” “나 너 좋아해” 고백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 친구는 결혼한 유부녀였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점과, 한국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점이 이들에게는 엄청난 호감의 징표였으리라.
그래서 더욱 감사했고 생각지도 못한 관심과 환영을 받아서 얼떨떨했다.
쌍둥이축제로 돌아가서,
우리는 심지어 축제의 대부분이 진행되는 무대 바로 앞 배치된 좌석에 앉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우리를 도와주는 매니저친구가 좌석을 헷갈려 저 뒤 일반 축제 관람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었다가,
한국쌍둥이 자리가 따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갔다.
정말이지 너무 설렜다!
좋고 편한 의자에 ‘한국 쌍둥이’라고 적힌 곳에 우리는 앉을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델쌍둥이, 가수쌍둥이 등 무대에 오르는 쌍둥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정말 럭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이야!
묵강에는 또한 쌍둥이 물도 있었다.
우물 같은 곳에서 샘솟아 나오는 물을 우리는 필수로 꼭 마셨었는데,
이가 바로 ‘쌍둥이 水’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물은 ‘쌍둥이 물’로 팔리기도 했다.
듣자하니, 이 물을 마시면 ‘쌍둥이를 낳는다’ 라고 한다. ㅎㅎ
3일 동안 우리는 여러 쌍둥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들을 몸소 겪었다.
또한 이 3일의 경험으로 언니와 나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아, 우리가 쌍둥이여서 그렇구나.
다른 쌍둥이들도 이렇구나.
존재감에서 동질감을 느낀 쌍둥이들을 만나고 나니,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묘한 타이밍에 만난 최고의 선물, 묵강 국제 쌍둥이축제.
또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엔 뭔가 준비를 해 가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