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소유권 대신 70년의 시한부 아파트에 중국의 자본이 몰빵 된 현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미리 밝혀둔다. 나는 중국에 온 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이방인이다. 이 글은 그저 이 낯선 도시에서 가족이 머물 월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내 눈으로 보고 부동산 사장님들을 귀찮게 해 가며 묻고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기다.
당연히 중국 부동산이나 거시 경제의 전문가는 아니기에, 내 해석이 틀렸거나 얕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부딪히고 살아가며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이나 수정 사항이 있다면 차차 글에 담아보려 한다.
그러니 이 글은 그저 한국이라는 익숙한 룰 안에서만 살던 한 평범한 이가, 룰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보드게임 판에 떨어져 겪는 첫 '멀미'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중국에서 월세를 찾으며 신기한 점들을 꽤나 발견했다. 아니, 신기하다기보단 우리나라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점이라고 해야 맞겠다.
가장 근본적인 충격은 이것이다.
중국은 토지가 개인 소유가 아니다. 철저히 국가 소유다.
이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당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이란 자고로 '땅의 가치'와 '건축물의 가치'를 합한 것인데, 땅이 내 것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그 위에 지어진 시멘트 덩어리, 즉 '건축물'만 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년 감가상각을 맞으며 가격이 내려가는 자동차를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중국은 헝다그룹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그토록 오랜 기간 미친 듯한 부동산 호황을 누렸을까? 토지도 자기 땅이 아닌데 집값은 왜 올랐던 걸까?
이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구글링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중국의 건설사는 국가(지방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보통 70년 기한으로 사들인다. 그리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한다. (참고로 중국 도심에선 단독주택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죄다 아파트다.)
여기서 잠깐. '어차피 70년 뒤엔 내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사?'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수명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70년이라는 시간은 사실상 '평생'과 맞먹는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내 맘대로 결정할 권한만 없을 뿐이지, 아파트가 낡아 허물어질 때까지는 완벽하게 내 소유나 다름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땅문서만 내 이름으로 안 되어 있을 뿐, 평생 거주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이를 온전한 '내 집'으로 인지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아파트 분양 방식과 매우 유사한 중국 특유의 '선분양 마법'이 더해진다. 선분양 시스템은 건설사가 자본을 직접 융통하지 않고 민간 자본을 끌어다 집을 짓는 구조다. 개인 입장에서도 삽도 푸기 전에 돈을 내는 이 위험한 방식에 기꺼이 동참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초기 계약금 10~20%만 넣고 중도금을 융통한 뒤, 완공 시점에 호황을 맞아 집값이 뛰면 원금 대비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땅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찜찜함은 이 거대한 잭팟 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보다 달콤한 시스템이 없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의 핵심은 세금과 더불어 바로 이 '토지 사용권 매각(토지출양금)'에서 나온다. 땅을 팔아야 지방 재정이 굴러가고 인프라를 까는데, 건설사가 건물을 지어서 돈을 다 회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후분양은 너무 느리다. 마구마구 지어서 분양시키고, 또 땅을 팔아야 국가가 굴러가는 톱니바퀴였던 것이다.
땅을 소유할 수 없음에도 중국인들이 부동산에 열광했던 두 번째 이유는 '대안의 부재'다.
중국은 우리처럼 스마트폰 앱을 켜서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해외 주식을 마음대로 직접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개인의 해외 투자 목적 달러 송금은 원천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되며, 최근에는 그나마 있던 해외 증권사 우회 앱들마저 당국의 철퇴를 맞고 앱스토어에서 삭제되었다. 허락된 것이라곤 국가가 한도를 통제하는 일부 펀드(QDII)를 통한 간접 투자뿐이다
외환 통제 역시 엄격하다. 개인이 1년에 환전할 수 있는 외화 한도가 정해져 있고, 이마저도 해외 송금을 하려면 그 목적과 증빙 서류를 매우 까다롭게 검열받아야 한다.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길 자체가 좁고 험하다.
그럼 자국 주식을 사면 되지 않냐고? 상해종합지수는 2007년 6,000 포인트를 찍은 이후 17년째 그 밑에서 놀고 있는 처참한 박스권이다. 게다가 기업이 좀 크다 싶으면 거대한 국가의 통제 아래 언제든 규제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장에 누가 마음 편히 장기 투자를 하겠는가.
해외 자산 투자는 가로막혔고, 자국 주식은 답이 없다. 남은 건 결국 실물 자산인 부동산과 금(Gold)뿐이었다.
최근 부동산마저 흔들리자 중국인들이 금방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며 중국의 자본가들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막대한 부를 쌓아 해외에 달러나 자산으로 보관해 두더라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터져 국가 간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지면 내 돈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구나."
결국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언제든 내 손에 쥘 수 있는 순수한 실물 자산(금)에 대한 집착은, 이 거대한 체제와 글로벌 위기 속에서 자본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생존 본능인 셈이다.
그렇게 갈 곳 잃은 막대한 자본은 '내 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맹렬하게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토록 기형적인 시스템 속에서도 중국인들이 기필코 아파트를 '소유'해야만 했던 더 처절하고 현실적인 이유들이 남아있다.
1자녀 정책으로 인해 한 아이에게 몰빵된 어른들의 자금,
남자가 집이 없으면 결혼조차 성사되기 힘든 문화,
그리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반드시 해당 학군의 집을 사야만 하는 지독한 학구열까지.
이 모든 욕망과 압박이 뒤엉켜 만들어낸 부동산 생태계는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면, 이 뜨거운 자본을 먹고 자란 중국의 아파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동네를 채우고 있을까?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30년 된 구축보다 더 낡아 보이는 중국의 10년 된 아파트'의 충격적인 실체와 그 진짜 이유는 다음 편에 이어서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