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내고 마주한, 어느 관리자의 차가운 민낯
퇴사 통보는 말 대신 글로 써서 드렸다.
쏟아질 피곤한 2차 질문들을 차단하고, 내 결심이 확고함을 건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사직서를 받은 관리자의 첫 행동은 내 안부를 묻거나 이유를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나와 주변 동료를 불러 모아 "빈자리에 누굴 앉힐지" 대체자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바쁜 시기였고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관리자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회의가 끝난 후엔 짧게나마 고생했다는 형식적인 티타임이라도 청할 줄 알았다. 완벽한 착각이었다.
내가 칭다오로 떠나기 전까지, 그가 내게 건넨 유일한 말들은 오직 "대체자가 오면 인수인계하러 와줄 수 있느냐"는 것뿐이었다.
떠나기 전 상세한 인수인계서를 만들어두었고,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 탓에 며칠 더 출근해 인수인계를 돕겠다고 했음에도, 그는 내가 짐을 싸는 마지막 날까지 인수인계 타령만 늘어놓았다.
그는 회사 입장에선 한 몸 바쳐 충성하는 훌륭한 톱니바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는 지독하게 비인간적이었다. 그와 함께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아, 이 사람에게 나는 언제든 갈아 끼워야 할 소모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구나.'
씁쓸함을 넘어 질려버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