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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오니스 Jul 09. 2021

배타고 20분. 잠시 쉬어 가시지요

제주도 남쪽 가파도를 거닐며.

가파도


제주도 남쪽에 있는 가파도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가파도에 도착합니다. 가파도를 한자로 쓰면 加波島입니다. 가파도는 파도가 섬을 덮었다. 물결이 더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가파도는 작은 섬입니다. 우리나라 섬 중에서 해발고도가 제일 낮다고도 합니다.  


상동우물

저는 가파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을 보고자 섬 가운데로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가파도는 크게 상동과 하동으로 나뉩니다. 상동에 '상동우물'이 있습니다. 150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파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동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었고요. 상동우물은 지금 사용하지 않습니다.




돌담 사이사이에 박힌 소라껍데기가 별처럼 반짝입니다.

하동에 공동우물이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은 하동에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하동에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습니다. 가파도 내의 주요 관공서도 하동에 많이 있습니다. 상동포구는 관광객들이 출입하면서 시끌벅적합니다. 그에 비해 하동포구는 조용합니다.  





가파초등학교

봄날 청보리로 가득했던 들파는 여름이 되니 황량한 들판이 되었습니다. 가파초등학교를 지나갑니다. 자그만 학교가 예쁩니다. 가파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보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 수가 8명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으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을의 구심점으로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경제적 논리만으로 문 닫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비양도의 지붕은 낮습니다. 

상동포구에서 하동포구로 가는 길. 빨간 지붕 너머로 바다가 보입니다. 섬의 집들은 지붕이 낮고, 담이 높습니다. 바람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순비기나무의 초록잎, 돌담 위에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이 반갑습니다.   






  

아침에 나올 때는 흐릿한 날씨였는데,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맑은 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슬슬 더워지는 날씨지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지만 기분은 점점 더 좋아집니다. 이 맑고 조용한 섬에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좋습니다.     


송악산과 산방산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 앞으로 고기잡이하는 어선들이 보입니다. 이런 바다 풍경을 보면서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길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로지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개와 고양이의 눈치싸움. 개는 아무생각없어보이는데, 고양이가 뭘 노리는 것 같습니다.

     

가파도에서 제주도로 출발합니다. 가파도에서 오랜 시간 있지는 않았지만, 정이 들었네요. 이렇게 떠나는 게 아쉽습니다. 20분의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제주도로 돌아왔습니다. 항구 주변이 북적북적해졌습니다. 항구에서 장사하는 분들도 보이고요. 낚시하는 분들은 뭘 잡았나 보니, 자리돔만 몇 마리 보입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일상의 순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섬이었습니다. 제주도 여행길에 가파도에서 잠시 쉬어가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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