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가기 바쁜 테크 월드
웹사이트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예전 버전은 너무 올드하다는 이유였다.
디자인 회의를 잡고, 슬라이드를 열었더니—
휴대폰 화면에 본인이 좋아하는 웹사이트를 차례대로 보여주며 대표님 말이 빠르게 시작됐다.
“요즘은 이런 느낌이야.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나 이거 너무 좋더라.”
이유를 묻자 “뭔가 느낌이 있어. 우리가 해야 할 느낌”이라는 말만 반복된다.
그렇게 시안 하나하나를 디펜스하며
대표님의 “느낌있는” 지뢰밭을 통과한 뒤,
겨우 마무리가 되었을 무렵—
대표님이 덧붙이신다.
“이참에 웹사이트 주소도 바꾸자. 내가 그럴 줄 알고 .ai 사뒀어.”
“…네?”
“우리 회사도 이제 인공지능 시대니까. 도메인은 트렌드에 맞춰야지.”
기억을 더듬었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meta 였었나??
그때는 메타버스가 미래라고 했던 것도 같고..
그 전에는 .bio, 그 전에는 .medidoc 이었던가?
도대체 회사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걸까.
슬쩍 확인해본 도메인 관리 페이지엔,
쓰지도 않는 도메인들이 줄지어 있었고,
쓰지도 않으면서, 현재 도메인보다 15배나 비싼 투자형 도메인도 줄줄이 결제되고 있었다.
그것도 자동 결제 상태로.
회사 밖의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 ‘빠름’을 따라가는 걸로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다. '우리도 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위해,
이름부터 바꾸는 회사.
도메인만큼은,
가장 트렌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