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누아르 2편

댓글은 칼이 되고, 회식은 무너졌다.

by 레오샤

[회식 누아르 1편: 계획된 회식, 통보된 장소] 보러가기


다음 날, 회식 공지가 슬쩍 올라왔다.

- 장소: 대표님 개인 사무실 (회사에서 도보 30분)
- 식사: 배달
- 시간: 퇴근 후 6시 30분


사람들은 슬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보 30분?”
“배달 음식 먹을 건데 굳이 거길 왜…?”
“거기까지 배달이 오긴 해요?”

그런던 중, 내 휴대폰 화면에 댓글 알림이 표시됐다.

“걸어서 가면 힘들고~ 힘들면 입맛 없고~”
“차라리 회사에서 먹는 게 낫지 않나요?”

평소에 조용하던 회사 직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다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기엔 묘하게 조직적이고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한 직원의 고백으로 확신이 되었다.

“저… 사실 그 댓글들… 팀장이 시켰어요.”
“‘힘들다’ 같은 댓글 좀 써보라고…”
“대표님한테 전달하면, 혹시 바뀔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직원들을 시켜서 불만을 댓글로 뿌리게 하고,
그걸 다시 팀장이 직접 취합해서 보고하는 구조.

불만은 직원들 입에서 나오고,

책임은 팀장 손에 남지 않는 깔끔한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잠시 뒤—대표님이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내일 회식 취소야!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사무실이 정적에 잠겼고,

뒤에서는 그 팀장이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직원들의 불만을 모아 전했기에 그는 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됐다는 회심의 미소.


대표에겐 ‘직원들이 이렇다’며 거리 두고,
직원들에겐 ‘대표가 원래 그렇다’며 모른 척한다.

그는 오늘도 정확히 계산된 타이밍에 등장해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며, 딱 그만큼의 책임만 감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또 한 번 충실하게 자신만의 회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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