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누아르 1편

계획된 회식, 통보된 장소

by 레오샤

“회식 한번 하자.”

대표님의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물었다.
“언제요?”
“한 달 후쯤? 인턴들도 있고 재택도 있으니까 미리 공지해.”

와, 디테일하다.

보통 이쯤 되면 ‘어쩌다 어영부영’ 진행되는 게 회식인데, 미리 공지까지.
대표님의 회식 철학이 남다른 걸까?


직원 채널에 공지를 띄웠다.
- 회식 예정일: 한 달 뒤 평일 저녁
- 장소: 추후 공지 예정
- 인턴, 재택 포함 전원 참석 예정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전날이 되었다.
슬슬 다들 묻기 시작했다.

“어디서 하는데요?”
“일정을 잡아야 해서.. 어딘지 위치만 먼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담당자로서 이대로는 버티기 힘들어 대표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장소는 어디로 정하셨어요?”

“응, 내 개인 사무실로 하자.”

……잠깐, 뭔가 이상하다.

넓고 쾌적한 회의실도, 라운지도 다 두고 왜?

내용 전달과 함께 직원들은 슬슬 웅성이기 시작했다.
“거기... 대표님 손님들 만나던 데 아니야?”
“맞아. 거기 약간... 술집 분위기잖아.”


그렇다.
그 ‘개인 사무실’은 술과 담배 냄새가 살짝 배인,
대표님이 귀빈들을 모시던 은밀한 공간이었다.


“대표님, 음식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배달하면 되잖아.”

이쯤 되니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배달이면 사무실에서 해도 되지 않나…”


하지만 내 곁에 있는 대표님에게,

직원들의 말은 소행성 B612보다 더 멀리서 들리는듯했다.

회식은 그렇게,

대표님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댓글이 모든 걸 바꿔놓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회식 누아르 2편: 댓글은 칼이 되고, 회식은 무너졌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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