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생각한다.
내 생각의 뿌리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글을 읽고 쓰고, 말을 듣고, 마음에 동요가 일 때 생각에 푹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이 뿌리내리고 나아가는 길을 관조하길 원한다.
고요한 가운데 내 안에서 출발한 생각의 열차가 중도 탈선 없이 종착지를 향해 달리기를 바란다.
힘찬 기운으로 달려 더 멀리, 더 깊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뜨겁게 응원하고 싶다.
한 알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꺼풀을 뚫고 나오는 생명의 힘은 얼마나 강인한가.
씨앗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안에 단단한 생명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한 톨의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기적의 에너지.
인간이 생각하는 힘은 씨앗이 가진 생명의 힘과 비슷한 에너지가 아닐까.
가진 힘을 응축해 제 살을 뚫고 새로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는.
내 생각의 힘은 발아할 수 없는 씨앗처럼 허약하다.
생각의 뿌리가 가벼운 바람에도 뽑혀나갈 것처럼 약해서 글이 나아갈 길을 잃는다.
그럴 때 난 아이처럼 작아져서 울고 싶다.
엉엉 울고 싶지만
큰 숨 한 번 내뱉고 걸어보기로 한다.
운동화를 신고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작은 길을 걷다가 동네를 빠져나와 숲으로 향한다.
목적 없이 걷는다.
흙을 밟고
바람결 따라 사락사락 소리 내는 참나무의 어린 잎사귀를 보고
들풀과 들꽃을 가만히 바라본다.
괭이밥, 개망초, 애기똥풀, 제비꽃을.
나는 길 위에서
보는 것,
듣는 것,
살결에 닿는 바람 같은 것에 집중한다.
고요한 가운데 실낱같은 생각이 푸른 들판을 무람히 통과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