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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팝콘 소리야?

타닥 타닥 타닥

by ondo

아이가 아직 어려서 나는 되도록 자극을 덜 주고 싶다.

아이와 특별한 놀이 체험을 하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뒷산을 오르내리며 일상에서 소소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반복되는 생활과 루틴한 일상에서 자기만의 리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믿고,

아이의 뇌와 심장 같은 중요 부위뿐만 아니라 7세의 안과 밖은 아직 자라나느라 애를 쓰고 있으므로, 적어도 바깥의 성장이 종료된 어른으로서 배려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다.

아이를 기르는 데 정답은 없다. 내 육아 가치관이자 하나의 방향성일 뿐이다.


핸드폰은 내려놓고 tv는 끄고 아이의 손을 잡고 얼굴을 보고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가끔 체력적으로 부칠 땐 내 육아 방침과 정 반대되는 시간을 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변함이 없다.


아이를 낳고 같은 길을 몇 년씩 걷다 보니 북한산 둘레길 계곡 초입에 우뚝 선 참나무를 계절마다 눈여겨본다.

5월이면 참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슴풍뎅이가 기어 다니고, 7월이면 나무 밑동을 흠뻑 적신 수액 아래에 사슴벌레, 장수풍뎅이가 있다.

내겐 무명이었던 잡초와 잡초들에게서 피어난 수수한 꽃들의 이름도 기억하게 된다.

꽃마리, 애기똥풀, 괭이밥, 냉이꽃, 봄까치꽃.

잡초들 위로 시에서 식재한 화려한 꽃들과 나무, 철쭉이나 개나리, 벚꽃들이 피어나고 지는 시간을 눈에 담고 기억한다.


요즘은 고른 풀밭 위에 여치들이 성업 중이다. 풀 위에 발길이 닿을 때마다 작은 먼지 같은 것들이 사방에서 튀어 오른다. 부산스럽다.

아들이 채집통을 챙겨 왔다. 여치들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주먹을 성기게 쥐어 단번에 잡아 채집통에 넣었다.

두 마리, 세 마리씩 잡으니 금세 스무 마리를 넘게 잡았다.

토독, 토독, 토독.

소리를 내던 것이 그 수가 많아지자

타닥, 타닥, 타닥 소리를 낸다.


맛있는 소리, 고소한 팝콘 냄새가 나는 소리다.

나와 아들은 채집통에 귀를 대고 팝콘이 튀어 오르는 소리를 들었다.

여치들은 채집통 안에 채워 넣은 풀들과 꽃들 사이에서 풀쩍풀쩍 뛰어오르며 풍뎅이에게 제 존재감을 뽐낸다.


아들은 여치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돋보기로 관찰한 뒤에 풀밭에 놓아주었다.

달마다 계절마다 풀밭 위에, 나무 위에, 꽃들 위에서 사는 것들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시간은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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