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를 마치며

30-1

by ondo

며칠 전 퇴근하고 버스를 탔는데, 교통 카드를 찍고 버스에 막 오른 교복 입은 학생의 뒷모습이 어쩐지 당황한 듯 보입니다.

학생이 버스 기사에게 몸을 기울여 뭐라 설명하는 걸 보니 카드 잔액이 부족했나 봅니다. 삐비빅-소리가 연이어 들리기도 했거든요.


대신 찍어주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학생이 고개를 두어 번 기사에게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하네요.

무슨 상황인가 이어폰 한쪽을 빼고 귀를 기울이니,

“다음에 탈 때 두 번 찍고 타면 돼. 얼른 가서 앉아.”라고 이야기하는 기사의 말이 들립니다.


학생은 이 순간을 곧 잊겠지요.

그래도 그 어른의 다정한 마음은 학생 어딘가에 인처럼 박혀서 좋은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 영향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이가 무심코 제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나 좋은 마음을 오랫동안 담아두고 싶어요.


살아가면서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요, 좋은 마음들을 저의 빈 구석구석에 숨겨 넣어뒀다가 힘이 들 때, 울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보고 싶어서요.


우리가 무심코 하는 짧은 말이나 어깨를 토닥이는 일, 미소가, 같이 살아가는 이에게 때론 밥보다 돈보다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누구 말대로 다정은 공짜니까요, 저는 마음껏 다정한 마음을 꺼내어 주고 싶네요. 여기 있으니까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 가져가서 꺼내보시라고요.


쓰다 보니 타인이 아니라 타인을 바라보는 제게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 브런치북의 주제와 맞는 글을 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그때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는데 쓰다 보니 내 마음이 보이네.

짠하다. 애썼네.


글을 많이 쓴 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글을 쓰고 나면 제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글은 저를 앞으로 밀어주네요.

그래서 계속 쓰려고 합니다.

요즘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그냥‘ 하는 마음으로요.


제 글이 지식형, 정보 전달형 글도 아니고, 성찰의 글이나 통찰력을 주는 글도 아닌데 시간을 내어 찬찬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에서 한 분, 한 분 좋은 인연이 생겨나서 기뻐요.

브런치에 제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더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요.

브런치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여름이 옵니다.

건강하세요.




keyword
ondo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구독자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