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담 직장인의 기능적 부적응
리한, 그녀의 기업 상담자로서의 적응 이야기
by Raphael song Sep 1. 2020
심리치료자 <리한>은 6시 30분에 기상해서, 차를 한잔 내린다. 더 자고 싶지만 가치 전념하자고 읊조린다. 요즘은 차가운 물을 마셔야 잠이 깨고 피가 도는듯하다. 영적으로 척박한 직장을 옮기고 싶지만 아직 사명 같은 미션이 더 남아 있다. 그녀는 커튼과 창문을 열어 의도적으로 멜라토닌이 반응하도록 한다. 생체시계, 일찍 수면을 취하기 위해 박명의 광을 쏘인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하다.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쓴 만행의 업보인가 더워도 너무 덥다.
땀이 많은 리한 아침부터 샤워하고 차에서 운전하며 먹을 것을 간단하게 챙기고 7시에 집을 나선다. 가방 안에는 오늘 만날 우울이 심한 내담자에게 읽어보라 권해줄 책이 들어있다. 무거운 책에 어깨가 기울까 봐 왼쪽, 오른쪽 번갈아 잡으며 균형을 잡아본다. 그녀는 대학/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병원 정신과 길고 긴 수련을 마친 후 공인 자격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치료를 시작한 지 15년 차 임상심리전문가다. 치료자로서의 1막을 병원, 그 2막을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통근 버스를 놓아두고 자차를 이용하는 기름 낭비벽(?)이 있다. 그는 마지막 버스에서 우연히 다른 정류장에서 만난 내담자와 나란히 앉아 출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상담센터에서 만나는 내담자가 통근버스에서 치료자를 만났을 때 치료자보다도 더 불편해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보호해줘야겠다 생각했다. 그의 통근버스 회피는 여러 이유가 있다. 버스를 타는 것은 체취를 주고받고 비의도적으로 가까워지는 기회로 서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상담실 외 공간에서 그렇게 가까이 있는 것은 스스로도 힘들며, 내담자도 힘든 일이다. 밝게 인사를 했지만 1시간 내내 코를 골면 어쩌나 염려를 많이 하며 의식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미는 무엇이든 수용하지만 내담자 앞에서는 예민하고 좀 엄격해진다. 출근하는 길에 CZS 뉴스를 틀어 놓고 세상 돌아가는 이슈를 경청한다. 어수선하다. 어둠이 가고 사회 다른 모순들이 드러났다. 최근 정치 사회 이슈가 과거보다는 막장은 아니라 명상을 할 필요는 없어 다행스러워한다. 그렇지만 코로나 확산이 무섭고 이 시국 두려움 모르고 사고 치는 범인들은 더 무섭다.
오전 8시 리한은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보안요원과 인사를 나누고 어색하게 체온을 잰다. 36.3도 아주 일관된 수치다. 주간 출근하는 직원들과 야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임직원이 인사를 건넨다. 그녀도 조용히 차분하게 호들갑스럽지는 않으나 따뜻하게 인사를 나눈다. 너무 반가워하고 길에서 얘기라고 했다가는 '상담받는 이라는 것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자중하며 짧은 목례, 눈인사만 하고 안색을 살핀다. 표정으로 보건데 과거 내담자가 요즘은 잘 지내는 것 같아 안도하는 그다. 요즘 날씨가 덥고 코로나로 중단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아쉬워하며 명상센터에 잠시 들렀다. 오가는 길에 해맑고 반갑게 인사하는 임직원을 보고 얼결에 인사를 하고 지나지만 어디서 봤나 기억을 더듬어본다.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그런 마음이 행동으로 티가 났으려나 상담이나 특강 중에 봤으려나 저하되는 기억력을 아쉬워하며 찜찜하게 지나간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의외로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능숙하지 못한 태도를 아쉬워하며 가방이 무겁다.
한편, 10년 차 직장인 준희는 통근버스에서 내린다. 7시 40분이다 아주 정확하다. 잠을 보충하느라 버스 안에서 잤고 앞 뒤로 자는 사람들 특유의 과격한 목 운동 탓인지 뒷목이 아프다. 도착 음악이 나오자 잠에서 깨려고 얼굴을 두드려 본다. 아침부터 득달같이 연락이 오고 업무 메신저를 보면서 천천히 식당으로 향한다. 오늘은 음식을 가지고 사무실로 가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서 먹기로 한다. 이번 달 야근이 많아 식사 시간을 근태 업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제외할 만큼 시간이 아주 넉넉했다. 차장 직급으로 군대로 치면 간부처럼, 짬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입맛이 없다. 루틴한 일상이 슬슬 지겨워져서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치료사 리한에게 진로 상담이나 받으러 가볼까 고민이다. 가족사로 우울 상담 이후 몇 년 만에 다짐이다. 일하다가 화가 나는 일도 많고 회사가 비전이 없어 보인다. 젊은 친구들은 다들 하나둘씩 나가고 상당 수가 구체적인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8시 5분 <준희>는 2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바로 사무실로 가지 않고 좀 걷는다. 위장 소화를 위한 연동 운동을 돕기 위해 걷기로 선택했다. 마음챙김을 배운 지 오래되었으나 식사할 때 일할 때 마음챙김이 요즘 잘 안 된다는 자각을 해본다. 사내 중식 시간 개방하는 명상실에 갈 에너지도 없을 지경이다. 멀리 소나무를 보고 걷는데, 익숙한 몸짓에 임직원 치고는 좀 포멀한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그의 상담사 리한이다. 적절한 시간에 등장해서 그랬을까? 어색하고 약간 긴장도 되었으나 반가웠다. 그의 표정은 좀 무거워 보인다. 그는 회사 내에서 늘 그렇다. 혼자 식사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 회사 밖에서 우연히 봤을 때는 잘 웃는 밝은 모습이 신기했다. 인도에는 식사 후 이동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도 밝게 맞이했으나 주변을 의식하는 듯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약간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수년 전 본 모습에 비해 더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변한 듯하여 안쓰럽기도 했다. 그도 회사 소속이니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이곳은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쥐어짜는 곳이니까. 내담자 비밀을 지켜주느라 밖에서 친한 척도 잘 안 하는 분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길에서 약간 대화라도 나누길 기대했지만 따로 예약을 잡고 찾아갈 거라고 이번엔 스마트폰에 메모를 해두었다. 사무실을 올라가는데 저 멀리 리한과 같은 센터에 근무하는 <만주> 상담사가 보인다. 그가 큰 소리로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담사라기보다는 오래된 회사원, 스탭 부장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상담사가 아닌 일반 임직원이라고 해도 과장되고 연예인스럽다. 그는 나이도 많고 오래 있어서 그런가 젊은 사람들이 한참 어린애들 같은지 반말도 하고 먼저 큰 소리로 인사도 잘한다. 인맥을 과시하는지 상담센터에 차 한잔 줄 테니 놀러 오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멀리서도 울리며 들린다. 그분 정이 많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담받는 사람의 상담 경험 여부를 숨겨주지 않고 보호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정말 개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는 척할까 봐 피해서 길을 돌아 일터로 종종걸음을 했다. 상담사는 민감성이 높다고 하던데, 리한에게 평소 내담자 보호에 대해 강조하며 들었던 얘기도 있고 해서 더 신뢰가 가지 않았다.
리한은 명상센터에 들렀다가 우편물을 가지러 이동하는 중이었다. 멀리 식당 앞에서 아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하하하 그래 벌써 책임 직급이야? 오~ 한번 놀러 와. 애들은? 애들도 데려와 검사와 상담해줄게!" 어이없고 불편한 호객? 행위 장면을 또 보고 있다. "어! 김차장님 요즘 어때요? 아이 대학 잘 다니지요? 어이쿠 아이가 아빠 닮아 똘똘하니까 나중에 우리 밥이나 같이해요~" 대화 소리가 한층 들린다. 리한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다. 여러 번 내담자 비밀 보장 때문이라도 큰 소리로 밖에서 인사하는 것은 조심하자고 제안했는데 씨도 안 먹힌다. "선생님은 너무 가려요. 사교적일 필요가 있어요. 여기는 기업이고 회사니까 친절해야 해요! 섬겨야죠?"라는 통하지도 않는 되지도 않는 대답이 날아올 뿐이었다. 리한은 멀리 돌아가면서 아 부끄럽고 사람 잘 안 바뀐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상담센터와 구성원은 집단 공동체다. 다양한 치료진과 일을 할 때 상담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성장의 장애물은 무엇일까? 소진도 많은 업무도 아닌 의외로 '상담사 동료'나 그들과의 '관계'일 수 있다. 더 자세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잘 안 맞고 생각의 차이가 있는 동료, 훈련 수준이 다른 동료, 윤리 기준이 다른 동료, 성격과 행동이 경계가 없는 동료일 수 있다. 특히 그 동료가 치료자 윤리를 위반하며 개인정보를 소홀히 다루고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듯 내담자와 인사하고 같이 식사하는 모습은 정상적인 동료라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고 재난적 역경이다. 그 둔감함과 윤리적이지 못한 모습이 같이 일한 지 십수 년이 지나도 결코 적응되지 않았다. 리한은 직장을 옮긴다면 그 부장 꼰대와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무자비한 마음이 지나갔다. 욕설이 튀어나오다가 마음챙김하고 반성도 하며 조용히 용서와 다짐의 화살기도를 날렸다.
리한은 우편물을 가지고 상담센터로 돌아왔다. 그녀를 심난하게 만든 동료 만주의 잔향으로부터 거리 두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자 심호흡과 함께 마음챙김 명상을 짧게 했다. 9시 공황장애 내담자를 맞을 준비를 하며, 지난 회기 다뤘던 부분을 살피고, 오늘 추천해줄 책 준비한다. 오늘 무난하게 하루가 채워지길 심호흡과 함께 명상도 해본다. 마이클이 상담실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공공 사무실에서 상담실로 이동을 한다. 내담자 보호와 소진을 줄이고자 개인 진료실 기능의 상담실을 원했건만 회사와 시니어 만주는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디어를 막았다.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클>은 매주 상담실에 오고 있다. 공장동에서 일을 하다 패닉 어택(공황발작)이 와서 뛰쳐나간 일이 몇 번 있던 이후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리한에게 연락해왔었다. 지금은 파국적 해석을 알아차리고 거리를 둘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극단적 회피행동이 줄고, 공황을 악화시키는 음주와 흡연은 조절이 되는 상태다. 마음챙김 훈련이 지루했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 참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크가 있었다. 누가 무슨 일인가 했더니 만주 상담사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황당하고 놀랍다는 표정으로 리한이 물었다. "아 선생님이 상담 중이구나! (입을 삐죽거린다) 상담 중이라는 팻말을 돌려놓지 않았길래...", "잠시 에어컨 정비를 하겠다고 왔어요." 리한은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곧 있으면 끝납니다. 지금은 대화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아 잠깐이면 된다는데 뭘.." 만주의 말이다. 리한 상담사는 단호하게 문을 닫았다. 익숙한 패턴과 경계 없음, 자기 중심성에 자동적으로 생각보다 앞서서 화가 났다. 당위적 생각이 지나간다. '무례한 행동은 안 된다, 내담자와 만나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개념이 없는 것이다, 왜 미리 연락을 안 하고 저런 행동을 할까....' 다양한 생각이 지나가고 불쾌감이 오래간다. 내담자보다 더 힘들어할 판이다. 심호흡을 해본다. 마이클이 리한 눈치를 살핀다. "어이가 없네요. 회사 사람들이 좀 그런 거 같아요. 저분 경계 없이 원래 그런 것 같고... 선생님 기분 푸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내담자가 거꾸로 위로를 해주고 있다. 대신 사과를 하고 차주까지 할 과제에 대해 나누고 오늘 대화 나눈 것을 요약하고 마쳤다. "잘 지내고요. 회피보다 가치 전념 기억하세요. 마이클. 저도 그렇고요 흐흐." 리한이 민망하듯 자기도 노력하겠다는 듯 웃어 보인다. "네 오늘도 감사합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요. 덕분에 많이 좋아져서 지낼만합니다. 새로운 시도 해볼게요. 소개팅도 나가고 다녀와서 말씀드릴게요."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면서 배웅을 마쳤다.
식사 전 11시에 리한에게 우울증이 재발한 내담자 <쏘니>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마침 계획된 상담이 취소가 돼서 빈자리가 생겨 상담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우울증에 흔한 자살 생각, 무망감을 섬세하게 다루느라 식사 전에 그는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생각을 바꾸고 다시 함께 시작하자 했으니 그녀는 좋아지리라'라고 생각했다. 다른 지지 자원이 부족하고 효능감 낮은 사람과 달리, 고학력에 인지능력이 양호하고 성장 욕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며칠 잠을 못 잤다고 해서, 수면 교육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개인 정신과에 가서 약물치료를 병행하자고 리한은 설득했다. 소견서를 작성해서 밀봉해 보내기로 약속했다. 리한은 쏘니가 간단한 설문을 하는 동안 소견서를 능숙하게 마무리했다. 병원에 근무할 때에 비해 약식이 된 실용적 보고서와 점점 타이핑 속도가 늘어나는 자신에게 속으로 새삼 놀라는 그였다.
오후에 리한은 임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강의를 준비할 예정이다. 휴가철 마감과 명절을 앞두고 주변 임직원을 자비로 좀 관심을 가지고 보듬어 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명절 이후 늘어나는 이혼, 불화, 스트레스 증상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매년 하는 연례행사다. 새로운 통계와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 팁을 넣겠다는 생각이 지나간다. 점심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그는 일중독에 가깝다.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마음챙김, 한 번에 한 가지씩 여기에 머무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적용하지 못해서 좀 반성도 했다. 자발적으로 방문한 자녀 양육 고민 내담자와 만나고 강의 준비하느라 6시 30분이 벌써 다 되었다. 오늘은 귀가하는 대로 아이 숙제도 봐주고 함께 지내는 얘기를 물어보고 대화를 하리라 다짐해본다. 남에게 시간을 많이 내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과는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고 잠시 반성했다. 자책은 해롭지만 반성은 필요하다.
상담센터를 화가 난 듯, 탈출하듯 나와서 정문으로 향하는 리한의 뒷모습이 보인다. 지친 퇴근길에 운 좋게 슈퍼바이저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다. 3주 만에 아쉬운 대로 전화로 슈퍼비전을 받는다. 긴 여정을 지내며 겪는 역경에 대해 푸념을 나눈다. 뒷모습이 뻣뻣한 오전보다는 신체나 관절이 유연하고 자유스럽다. 전화를 끊고 나서 참나를 만나는 정적이 흘렀다. 신호등이 걸렸을 때 깊이 숨을 내쉬며 멀리 노을을 본다. 슈퍼바이저의 말이 노을과 함께 반추되며 귀에 맴돈다. "버스 메타포처럼, 이상하고 원치 않는 동료와 가는 게 쉽지는 않은데, 너무 애쓰지는 마세요. 얼마나 같이 가겠어요.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유머와 친절을 잃지 않도록 하셔야 될 거 같아요." 혼자 그렇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여 본다. '행복의 지도'의 저자 조지 베일런트 박사가 언급한 성숙한 방어기제 중 이타심, 승화는 있으나 점점 분노 때문에 유머를 잃고 경직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꾸 남의 삶에서까지 주인공이 되려 하는 성향의 사람들, 그가 리한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도록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마음챙김하며 거리를 잘 둬야겠다 다짐해본다. 다시 이미지가 팝업 된다. 자비롭게 조언하는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음성 지원하는 듯하다. "선생님, 치료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때로 불도저 같은 면이 있으세요. 그 위기 내담자분은 적당히 밀어붙이세요. 밀지 않아도 스스로 가치 전념할 걸 한번 믿어보세요. 스스로 발견하고 스스로 구할 거 같아요. 너무 책임감을 가지시는 것 같은데 힘이 너무 들어가 있으면 공감도 어렵고 크게 조망하지 못합니다. 알지요?" 리한도 알고 있지만 요즘 자꾸 잊어버리는 이슈다. 참 고마운 조언이었다. 치료자가 살면서 좋은 슈퍼바이저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다른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잦은 소통은 심리적 지지와 자기 객관화에 참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본다. 슈퍼비전을 주거니 받거니 분석과 지지, 시소 타기 같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 안에 관계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따뜻한 차 문을 열고 내리면서, "누구도 아닌 내담자가 내 참 스승이다. 지금 나를 바라보게 하는 자가 참스승이다. 그 사람들에게 더 경청하고 마음챙김하며 집중해보자."라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리한은 내담자를 돕지만 그들을 통해 자기 삶도 돌아보는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는 좋은 스승이 주변에 많이 생기게 하는 요인으로 치료자 리한의 장점이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여름이라 좀 멀게 느껴진다. 더운 바람에 마스크가 들러붙고 훅훅 찌면서도 오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