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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Mar 28. 2022

강풍이 지나고 난 뒤, 삼성혈 벚꽃길을 걷다.

JEJU TRIP

[제주특별자치도]
내일 오전까지 매우 강한 비와 태풍급 강풍이 예상되오니, 해안가 접근금지, 저지대 침수, 시설물 고정 등 안전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2년 3월 25일


강풍경보, 호우경보, 산사태, 상습침수 대피!!

하루 종일 경고 문자가 요란스럽게 울려댄다.

퇴근을 하던 신랑은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그 잠깐 동안 비를 쫄딱 맞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강풍과 함께 비가 올 때면 우산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정말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듯 창밖으로 바람소리가 사납게 들려온다.

단지의 밴드 알림을 보던 신랑이 서둘러 차키를 챙겼다.


왜?

펜스 넘어갔데!


태풍급 강풍이라더니, 단지 앞 공사장을 둘러싼 펜스가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 앞에 차를 세웠다며 급하게 차를 빼러 나가는 신랑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거센 바람에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오빠! 날아갈 거 같아!

안 날아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둘이 주고받는 농담이다.


다행히 차는 별 이상이 없어, 안전한 곳으로 이동 주차를 해 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잠깐 사이 옷이 홀딱 젖었다.


주말이면 벚꽃구경을 가자 했었는데, 이 강풍에 꽃들이 무사할까 걱정이다.




일요일 아침, 일기예보는 맑음!

인스타그램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꽃 사진을 검색해 보며 외출 준비를 마쳤다.


오늘의 방문지는 '삼성혈'

탐라국의 시조 삼신인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제주 시내에 위치한 사적지이다.

원래 삼성혈은 방문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벚꽃철만 되면 사람으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아는 사람 몇 없던 시절, 한적한 고궁의 오래된 벚나무는 하늘거리는 잎을 비처럼 쏟아내며 우리를 반겼었다. 그 아름다움이 담장을 넘어 인스타그램에 오르기 시작하자 인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었다.


강풍이 분 직후라 결항된 비행기로 방문객이 적을 때 다녀오자며 우리는 서둘러 삼성혈로 향했다.

주차장부터 예쁘게 피어난 벚꽃나무 앞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펜스는 넘어가도, 꽃잎은 떨구지 못했구나! 감탄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길게 뻗은 벚나무 앞 예쁘게 차려입은 젊은 커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늘어서 있는 게 장관이다.


꽃구경을 와서 사진들만 찍네!


아름다운 벚나무의 자태에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는 풍경이지만,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벚나무를 올려다보면 눈에 담기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도 벚꽃에 취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다가 한적한 곳으로 돌아나가 잠시 적막을 즐기며 눈으로 벚꽃을 담았다.


삼성혈
정의 : 삼성혈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유적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이다.
위치 : 제주 제주시 삼성로 22
입장료 : 4,000원 (제주도민 50%)
주차장 : 전용 주차장 (유료, 입장료 구매 시 90분 무료)
관람시간 : 연중무휴 09:00 ~18:00





삼성혈은 워낙 작은 곳이라 다 둘러보아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삼성혈만 보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우리는 그 옆 신산공원으로 걸어갔다.


신산공원은 제주 시내에 있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은 많이 찾지 않는 곳이지만, 시내권에 가장 크게 조성된 공원으로 제주도민들은 많이 찾는 곳이다.

길가에 벚나무들은 이제 막 꽃잎을 틔우기 시작해서 만발하려면 며칠은 기다려야 하겠지만, 사이사이 일찍 피어난 꽃들이 환하게 우리를 반겼다.


빨갛게 피어난 동백나무 앞에는 어김없이 웨딩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은 커플들이 있고, 공원 안쪽으로 내려가니 노란 유채꽃밭 앞 벤치에는 노부부가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공원 한 복판 넓은 광장에는 아이들이 롤러와 자전거를 타며 소란스럽게 뛰어놀고, 운동기구마다 열심히 발을 굴러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야자나무와 벚나무 동백나무 유채꽃까지, 초록 하양 빨강 노란색이 어우러져 봄의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우리도 벤치에 잠시 앉아 꽃내음을 맡으며 도심 속 여유를 즐겼다.


신산공원
위치 : 제주 제주시 일도이동 830
입장료 : 무료
주차장 : 공영주차장





삼성혈과, 신산공원은 여행 일정이 짧아 많은 곳을 둘러보기 힘든 분들께 추천하는 곳이다.

제주 시내권이라 공항에서 가까우며, 바로 앞 국수거리가 있어 고기국수를 맛보기에도 좋다.


신산공원의 벚꽃은 글 쓰는 기준으로 다음 주 정도면 만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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