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집 앞, 가벼운 산책을 나서는 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얼마 전 다녀간 지인은 손을 잡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럽다 말한다.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조카들이 태어나고 커가는 것을 가까이에서 봐 왔기 때문에 그 현실을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케어하다 보면 손이 두 개가 아니라 네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걸음마를 시작하면 아이를 잡고 분유 가방을 들고 유모차를 미느라 더욱 손이 부족하다. 갑자기 뛰어 나가는 아이를 붙잡고 기저귀에 장난감에 이유식까지 챙기려면 두 손 두 발도 쉴 틈이 없다. 아마도 아이가 10살 정도는 돼야 두 손에 자유를 조금은 부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두 손을 모두 내어주고 십여 년이 넘게 흐르고 나면 서로의 손을 잡는 일이 어색해져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 아이가 없는 나의 추론이다.
가까운 친구도 가족도 모두 육지에 있는 우리 둘은 제주도에서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자 부부가 되었다.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또래 부부들은 모두 아이 이야기뿐이라 관심사가 다르니 친해지기 어려웠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놀아봐야 민폐일 뿐이며, 무엇보다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다.
맞지 않는 새로운 친구 사귀겠다며 여기저기 들쑤시기보다는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었다.
40대 중반을 넘기는 나이가 되고, 결혼한 지 7년 차, 연애기간까지 합하면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나서고, 영화를 보고, 꽃놀이를 다니며 손을 맞잡고 히히 락락 하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싸울 때도 있지만, 금방 화해해야 한다! 하나뿐인 친구랑 싸우면 누구랑 논단 말인가!
개구쟁이 아이 마냥 서로 놀리며 장난도 치고, 성숙한 어른처럼 배려하고 챙겨주며 매일의 일상을 공유하며 하루하루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처럼 오래도록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