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얼마 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뿌옇게 보여 답답함이 이어졌다.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귀찮기도 해서 병원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며 몇 달을 답답함과 씨름하다가 드디어 안과에 다녀왔다.
안과에 접수를 하고 진료를 하기 전 시력검사, 안압검사, 동공 촬영 등 각종 최신 기계들로 검사가 이어졌다.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시간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눈이 계속 흐릿하고 뿌옇게 보여요.
그리고, 눈이 뻑뻑하고 조이는 느낌이 나서 너무 답답해요.
노안이십니다.
안구는 너무 건강하시네요. 시력도 1.0, 1.0 아주 좋으세요.
저는 계속 뿌옇고 답답한데요.
40대부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노안 증상이세요.
지금 굴절도 없고 황반성이나 백내장 위험도 없고 아주 좋으세요.
지금도 뿌옇게 보여요.
답답해서 매일 인공눈물을 여러 번 넣는데도 소용이 없어요.
안구건조증이 있으신 거 같으니 안약 처방해 드릴게요.
원래 눈이 좋으신 분들이 노안이 오실 때 훨씬 심각하게 느끼십니다.
잘 보이다가 조금만 흐릿해도 답답해하시는 거죠.
큰 이상 없으시니 일 년에 한 번 정기 검진받으시면 될 거 같아요.
블라블라 블라~~~~
선생님이 뭐래?
노안이래
거봐 노안이라니깐, 증상이 나랑 비슷하던데 뭘
안경을 쓰는 신랑은 정기적으로 안과를 다니며, 이미 비슷한 증상으로 노안 판정을 받은 후였기 때문에 나의 증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나는 노안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시력이 나빠진 게 아니냐며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진료를 받고 나오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신랑이 그럴 줄 알았다며 '늙어서 그래'라며 놀려댔다.
그랬다. 결론은 노안
그냥 이 나이가 되면 겪을 수밖에 없는 노안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 노안
심각한 병도 특별한 문제도 아닌 노안
벌써 40대 중반이 된 나는 노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평생 선명하고 또렷한 세상에 살다가 처음으로 희뿌연 세상으로 초대되었다.
시력 검사판이 다 흐릿해도 시력은 1.0
시력이 좋다는 것과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력이 좋았던 사람들이 노안을 더 힘들어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아직은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마음과는 달리, 무릎은 쑤시고 발목은 시리고 노안까지 확정이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금, 조금이라도 시간을 붙잡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며 노안에 좋다는 것들을 검색한다.
멀리 3초, 가까이 3초 원근 운동이 좋다는 정보에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열심히 따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