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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Apr 25. 2022

22. 제주도 지도를 보는 방법

제주 정착기. 에피소드 1

처음부터 제주도의 지도를 보는 것에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면, 이 글은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 겠지만, 기본적으로 방향치였던 나에게 제주도의 지도는 하나의 난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주변 지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서울 사람인 나도 일산과 분당의 대략적인 위치가 그려지고, 강원도와 부산이 어느 방향인지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들을 접하게 되자 도대체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내가 방향치라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나는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한라산과 아무리 가도 나오지 않는 바다가 이상하게만 여겨졌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한라산에 '왜 이쪽에서 한라산이 보이지?'라고 물으면 신랑은 익숙한 듯 '어, 이사 갔어'라며 나를 놀리곤 했다.

맛집을 검색하다가도 내가 엉뚱한 방향의 맛집을 들이밀면 신랑은 반대방향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네이버 지도를 펼쳐놓고 지명을 익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명을 익히는 것과 그곳이 어디쯤 있는지 떠올리는 것은 완전 별개였다. 나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더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올려놓은 제주지도의 예쁜 도식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스위치가 켜진 듯 제주도의 지도가 머릿속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의 위치였던 것이다. 

제주도의 지도를 바르게 보기 위한 나의 위치는 제주도의 한가운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제주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때, 아직까지도 제주도를 바라보는 나의 위치는 서울이었다.

서울에서 바라본 제주공항은 남쪽 아래에 있었고, 애월은 공항의 오른쪽, 성산은 공항의 왼쪽, 서귀포는 공항 밑이라는 시각이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을 중심으로 보면 제주공항은 북쪽에, 애월은 서쪽, 성산은 동쪽, 서귀포는 남쪽에 있다. 

이러니, 항상 동서남북이 반대로 되어 헷갈렸던 것이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이 제주 어디에서든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렇게 마음속 나를 제주도의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고 나는 제주의 지도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방향치인 나에게 길을 찾기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덧 10년을 살다 보니 TV 속 제주도의 풍경을 보면 대충 어디쯤이겠거니, 이제는 제법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나는 한발 더 자연스럽게 제주도민이 되어가고 있다.


[제주 오름 테마북] 발췌
제주여행 안내책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운영하는 VISITJEJU 사이트에서 제주도의 안내책자와 관광지도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각 테마별로 준비되어 있는데 해외 방문 시 들고 가는 포켓 책자와 같은 느낌으로 제주도가 처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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