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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Apr 20. 2022

21. 지금을 사는 이야기

10년간의 제주 이주의 여정, 일상

사람 사는 곳


10년간의 제주 이주의 여정을 쓰기 시작한 지 2개월, 20여 편의 이야기는 이제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세 번째 집으로 이사를 했고, 둘 다 모두 새로운 곳으로 취업을 하여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2012년 처음 제주도에 와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가 2015년 신랑을 만나 완전히 제주도에 정착을 하였다. 10년 동안 쉬운 것 하나 없이 별의 별일을 다 겪었지만 우리가 겪은 일들이야 세상 어디든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 위한 몸살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그래도 우리는 제주가 좋다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에 이주를 하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단순하게 '좋다'라고만 할 수 없기에, 현실적인 물음을 던진다.


1.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같다.

여행과 일상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어느 곳이듯 출퇴근, 집안일, 인간관계는 비슷하다.


2. 주거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

여행지의 숙소는 풍경에 반해 맛집에 취해 결정하게 되지만, 매일 일상을 사는 곳이라면 그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칫 여행지 같은 집을 구하게 된다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3. 자신이 도심형 인간인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 살다가 도심의 편리함이 그리워 떠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직도 제주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많으며, 배달앱이 지원되지 않는 지역도 존재한다.

전철은 당연히 없으며, 버스는 10시경이면 운행을 마친다. 일부 시내 중심이나 관광지의 경우 늦게까지 하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의 일반 식당은 8시면 문을 닫는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러했다.)


4. 제주의 겨울은 춥다.

제주도에도 엄연히 겨울이 존재한다. 또한 제주도의 지형상 중산간 이상 지역은 눈도 많이 오고 매우 춥다.


우리는 도심의 복잡함 보다는 제주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더 좋았다. 매일 같은 풍경을 보기 때문에 자연의 그 미세한 변화를 알게 되고, 시시각각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에 감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인간관계보다는 서로의 편안함이 좋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쓸데없는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진정한 친구들만 남았다. 

배달이 되지 않아 픽업을 해 오고, 멀리 장을 보러 가는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추위에는 어느새 익숙해졌고, 폭설이 내린 다음날이면 따사로운 햇살에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을 알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는 하늘과 바다와 오름, 가만히 있어도 들려오는 새소리, 길을 가다 마주치는 꿩과 노루, 소, 말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유채꽃밭과 메밀밭, 여름이면 수국이 피고 겨울이면 어디든 동백꽃이 피어난다. 5월의 귤꽃 향이 도로를 가득 매우고, 겨울이면 그 자리에 주렁주렁 노랗게 방울이 달리는 제주도의 흔한 풍경. 


매일 보아도 매일 감탄하게 되는 제주의 이런 모든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다른 불편을 감수하며 오늘도 제주도에서 또 하루를 일상을 바람에 따라 흘려보낸다.




2부를 마치며


제주 이주 10주년을 자축하며 기억하는 의미로 10년간의 여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편부터 10편까지는 2012년부터 2015년 홀로 친구와 내려와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로 채워졌고, 11편부터 20편 까지는 신랑을 만나 둘이 함께 제주도에 정창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https://brunch.co.kr/@raphim/2


https://brunch.co.kr/@raphim/18



글을 쓰면서 잊고 지낸 예전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자란 기억은 사진첩을 뒤적이며 선명해졌고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괜찮아, 별일 없어, 좋아.

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글을 쓰면서도 우리가 겪었던 험난함의 반도 담지 않았으니 별일은 별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잘 잊는 성격이라 그동안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은 모두 까맣게 잊고 여전히 제주가 좋다고 히히 락락이니, 좋은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험난했지만 즐거웠던 나의 10년간의 정착기는 여기서 마무리가 되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편부터는 앞에서 스치듯 지나간 에피소드를 보다 자세하게 하나씩 기록해 보려 한다.

제주에서 살면서 겪게 된 신기했던 일 재밌었던 일 황당했던 일 등등 살아봐야 알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앞으로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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