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essay
어린 시절 온 식구가 배불리 몸보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는 닭이었다.
그 시절의 닭은 지금의 작은 닭과는 달리 한 마리만 삶아도 우리 다섯 식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엄마의 백숙에는 언제나 수삼, 대추, 마늘과 찹쌀이 들어갔는데, 닭에 찹쌀을 넣고 명주실로 입구를 뀌메는 모습을 나는 언제나 신기하게 바라봤다.
가끔 백숙의 빠진 재료를 사러 마트에 심부름을 가는 일도 내 몫이었는데, 그중 수삼을 사러 가는 일은 언제나 어렵기만 했다. 지금처럼 따로 봉지에 담겨있지 않고 수삼을 파는 코너에서 골라서 샀어야 했는데 수줍음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내게 점원 아주머니와의 흥정은 커다란 모험이었다.
백숙을 위해선 몇천 원짜리 3~4 뿌리면 되었지만 약재 코너의 아주머니들은 비싼 인삼을 권하기도 하고, 필요 이상의 양을 가득 담아 주기도 하셨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필요한 수삼을 담아 와야만 했다.
그렇게 완성된 엄마의 백숙은 맑으면서도 뽀얀 국물이 참 맛있었다.
큰언니는 유독 닭껍질을 좋아하여 물컹물컹한 닭껍질을 모두 건저 먹었고, 나는 닭가슴살이 좋아 살코기만 쏙쏙 골라 먹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닭다리는 아빠 몫이었기 때문에 TV 속 클리세처럼 존재하는 식구 많은 집 닭다리 쟁탈전은 우리 집에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닭가슴살을 발라내어 엄마가 떠준 닭백숙 국물에 넣고 동동 떠다니는 찹쌀 밥알과 함께 건저 먹으며, 마늘과 대추는 쏙쏙 골라 슬그머니 아빠의 그릇에 담아 놓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해준 수삼이 들어간 맑은 국물의 백숙을 먹어왔던 나는 삼계탕과 백숙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뚝배기에 담겨 한 그릇짜리로 파는 약재 냄새가 강한 식당 요리가 삼계탕이고, 엄마가 해주는 건 백숙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 혼자 백숙을 만들어 보러 재료를 사러 갔을 때, 마트에는 내가 생각하는 필수 재료인 수삼을 팔지 않았다. 대신 삼계탕 재료라고 쓰여있는 마른 약재가 들은 제품들이 닭 옆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나의 머릿속 백숙의 필수 재료는 닭, 수삼, 대추, 마늘이었기 때문에 나는 수삼을 대신할 재료를 고민하며 신랑에게 물었다.
오빠, 수삼이 없어. 여기 삼계탕 재료라고 쓰여있는 거 넣어야 하나?
백숙한다면서? 수삼은 왜? 삼계탕 끓일 거야?
응???
신랑의 구분법에 있어서 백숙은 닭을 넣고 푹 삶은 것이었고, 삼계탕은 인삼 등의 약재를 넣은 것이었다. 그러니 백숙을 끓인다며 약재를 찾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면 여태껏 내가 백숙이라고 먹은 엄마의 요리는 삼계탕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과는 분명 다른 닭백숙이었는데. 나는 혼란에 빠졌다.
그날 밤,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닭, 마늘, 파, 양파가 들어간 난생처음의 백숙을 끓여 저녁을 먹었다.
3.1. 백숙과 삼계탕 구분법
인터넷에서 삼계탕과 백숙의 차이를 놓고 무수한 질문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요리 자체가 아니라 사전적 의미를 놓고 구분한다면 백숙은 그냥 끓인 고기 요리의 총칭이고, 삼계탕은 인삼 넣고 끓인 닭요리로 백숙이 엄연히 더 넓은 개념이다.
다만 요리 자체로 바라보면 사실 미묘한 게... 별 차이 없다. 닭과 함께 넣는 대추, 찹쌀, 인삼 등 부재료의 여부로 구분하거나, 닭의 크기로 삼계탕과 구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백숙도 뱃속에 찹쌀밥을 넣어서 삶는 경우도 많고, 크기의 경우 삼계탕 문서에서 볼 수 있듯이 별 의미 없다. -중략-
결국 차이라고는 부재료가 마늘, 대파 외로 약재가 추가되는 가의 차이 정도... 일 듯 하지만 실상 백숙에서도 약재는 쓴다. -중략-
다만 인삼이 빠지면 삼계탕은 삼계탕일 수 없지만 백숙은 인삼 없이도 백숙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인삼, 수삼 등 삼이 들어간 여부에 따라 구분이 좀 가능해진다.
출처 : 나무위키
검색해 봐도, 백숙과 삼계탕의 구분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내 마음속 엄마의 백숙을 저장해 놓고, 식당의 메뉴판과 인터넷 레시피의 명칭으로 구분할 수밖에.
그럼 옻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