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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Jun 02. 2022

27. 무사 경 햄 시냐

제주 정착기. 에피소드 6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방영되면서, 제주 사투리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혼저옵서예(어서 오세요)' 같은 기본적인 인사만 알던 시절에서, 좀 더 본격적인 제주어의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극 중 가장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은 '이병헌(동석 역)'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말투나 캐릭터의 특성 덕을 본 듯하다. 무심하게 툭툭 내뱉듯 던지는 말투가 제주어의 억양과 잘 맞아떨어져, 만물상 트럭에서 현지 배우들과 주고받는 대화는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제주 출신 '고두심(춘희 역)' 배우의 제주어 연기는 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반면, '이정은(은희 역)' 배우는 수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이라 아마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나도 10년이나 살았지만 제주어 사투리로 나눈 대화라고 해봐야 일상 대화가 전부이며, 조금 격하게 언성을 높이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것뿐이라, 아무리 현지 코디네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감정의 어투를 알려주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제주어로 '설렘'의 감정이 표현될 수 있을까?


서울말로도 설렘, 호기심, 아련함, 연민, 분노 등을 연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일상 대화는 금방 배울 수 있어도, 감정의 어투까지 단 시간 내 배우는 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촬영 후일 담을 말하며 대기시간에 '이정은'배우가 제주어로 대화를 하는 것은 현지인인데, 촬영을 하니 '이병헌' 배우가 더 잘하더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제주어는 무신경하게 거친 든 툭툭 뱉어내지만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동석'의 성격과 닮아 있다.




강렬한 제주어와의 첫 만남은 라디오였다. 버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제주어는 외국어처럼 단어 하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라디오 MC와 청취자와의 전화 연결 시간이었다.

제주 라디오에서는 아나운서도 제주도 사투리로 말을 하였던 것이다.

제주 MBC와 제주 JIBS(SBS) 두 개의 방송국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을 한다.
인터넷이 아닌 주파수로 라디오를 틀어 놓으면 제주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주파수가 다르다.

SBS 파워 FM : 제주 JIBS 101.5(제주시)
MBC 표준 FM : 제주 MBC 97.9


그 뒤 제주도에서 처음 살게 된 집 바로 옆에 80대의 할머니 한분이 살고 계셨는데, 가끔 뭐라 뭐라 말씀을 하시며 성큼성큼 텃밭으로 걸어 들어오셔 선 순식간에 잡초만 콕콕 찍어 뽑아 버리고 가셨다.


'저거 어떵할 거, 검질 메라 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한 이야기는 잡초를 뽑으라는 잔소리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연세에도 새벽같이 밭일을 다녀오시며 오가는 길에 각종 채소를 우리 집 문 앞에 두고 가시는 할망이었다.  


제주살이 10년 차, 할망이 하는 이야기도 외국어 같던 라디오 속 대화들도 이제는 대충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고, 자막 없이 제주어 사투리를 이해할 수 있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고령의 어르신들끼리의 대화는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해녀 할망들의 사투리는 제주 젊은이들에게도 난의도 최상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사이트에 가면 제주방언을 검색해 볼 수 있다.
https://www.jeju.go.kr/culture/dialect/lifeDialect.htm


제주도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제주어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제주 이주 10년 차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제주 사투리는 꽤나 다양했다.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우나, 나이에 따라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상황에 딸 조금씩 어투나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사 (왜?)

무사 경 하맨

무사 경 햄 시냐

무사 경 햄수과


그리고 제주 사람들끼리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육지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에 표준어를 사용했다.

제주어를 외국어라고 느끼는 또 하나의 지점은 여기에 있는데 다른 지역 사투리와는 달리 표준어를 사용할 때 제주어 억양이 거의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인기 덕인지, 예전부터 즐겨보던 제주도 유튜버 '뭐랭하맨'이 요즘 제주어 숏폼 콘텐츠로 인기가 많아졌다. 제주 남편과 육지부인의 사투리로 인한 에피소드를 혼자서 1인 다역으로 역은 숏폼인데, 매회 웃음 포인트가 있어 재밌게 보고 있다.

유튜버 '뭐랭하맨'
제주도 유명 인플루언서
최근 구독자가 2만에서 11만으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유명'해 졌다.
8년 넘게 꾸준히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제주도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 제주어 사투리로 만든 개그 슛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니 꼽다 구~(아니, 예쁘다 구.)를 아니꼽다로 오해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나, 무사(왜)를 계속해서 주고받는 에피소드는 정말 깔깔거리며 웃게 만든다.


그런데 한참을 깔깔 거리며 재미있게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주어를 모르는 육지사람들은 이 영상이 재미있을까?

해석을 안 해 주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 못 하는 게 아닐까?


뭐랭이가 따라 하는 하영의 서울말을 듣고 있자니, 서울말에도 사투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 제주 사투리로 된 영상을 보며 개그 포인트를 이해하고 웃는 것을 보니 정말 제주사람 다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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