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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May 26. 2022

26. 제주도에 살지만 우리도 잘 몰라요

제주 정착기. 에피소드 5

이번에 제주도 가는데, 어디가 좋아?


제주에 살다 보니 이런 문자를 자주 받게 된다.

하지만,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으면 우리도 여행객과 마찬가지로 검색창에 '제주여행', '제주 맛집'을 입력하고 검색을 하여 알려주곤 한다.

제주도는 한 지역에 사는 것 만으로 제주 전역 모든 곳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서울에 사는 당신은 서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신의 생활권을 벗어난 곳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에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 어디 가야 돼?


지인의 이런 막연한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여행 스케줄과 여행 코스를 줄줄이 짜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며, 어디를 가야 할지 알려달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언제 오는지, 숙소는 어디인지, 며칠 동안 있을지, 누구와 오는지, 어떤 취향을 좋아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사항을 알아야만 답을 해 줄 수 있다.

제주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숙소 좀 추천해줘


우린 제주도에 살고 있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숙박을 해볼 일이 얼마나 될까?

이용해 본 적도 없는 숙소를 도대체 어떻게 추천을 해 준단 말인가!

우리도 검색을 통해 사진을 보고 알려줘야만 한다.


호텔을 원하는지, 펜션을 원하는지, 현대적인 깔끔한 숙소 취향인지, 제주의 구옥을 원하는지, 예산이 얼마인지 인원이 몇 명이지까지는 알아야, 열심히 검색하여 알려준 뒤 이상한 곳을 추천해줬다면 욕먹을 일은 없지 않겠는가.



도민 맛집 알려줘!


도민 맛집이라, 그런 곳은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존하지 않는다.

일단 도민 맛집의 정의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도민들만 가고 관광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은 현시점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예전에는 도민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유명해져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식당'은 많다.


맛집을 검색하여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부분의 맛집은 웨이팅과 영업시간 브레이크 타임 휴무일 등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여행의 동선을 알아야 맛집도 성공할 수 있다.



나 제주 왔어. 한번 보자


약속은 미리미리 사전에 하자.

당일날 불쑥 연락을 한다고 해서 바로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을 하는가.

제주 방문자들에게는 휴무를 낸 여행의 시간이겠지만, 제주도민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다.

그리고, 제주도에 왔다고 반드시 꼭 얼굴을 봐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바쁜 여행 일정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굳이 보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제주 여행에 앞서 제주 지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은 무엇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비행기와 숙소는 스스로 결정하자!

비행기를 예약했다는 건 여행 일정이 잡혔다는 것이고, 숙소를 잡았다는 것은 인원과 동선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정해 저도 훨씬 수월하게 좋은 곳을 추천해 줄 수 있다.


또 하나, 제주 여행의 목적과 반드시 가고 싶은 한두 곳을 정해 알려주면 좋다.

맛집 투어를 원하는지,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지, 가족여행인지, 커플 데이트인지에 따라 소개해줄 여행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정말 가고 싶은 맛집이 있다면 그 주변의 관광지를 알려줄 수 있고, 꼭 보고 싶은 풍경이 있다면 그 지역의 맛집을 추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목적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위에 장황하게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주 여행을 온다며 연락 오는 지인들이 모두 귀찮거나 짜증이 난다는 것을 절대로 아니다. 겸사겸사 수다도 떨고 근황도 물으며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무척 반가우며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오면 좋고 가면 더 좋고'를 외치는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그저, 제주에 사는 우리들도 제주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며,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우리도 검색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그들에게는 여행지이지만 우리에게는 일상생활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제주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길 원하기 때문에 추천해준 여행지와 맛집이 실패하지 않도록 꽤 많은 시간 공들여 검색하고 조사를 하는 수고를 기꺼이 하고 있다는 생색이며, 오랜만에 만날 반가움에 일부러 시간을 내고 스케줄을 바꾼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작은 투정인 것이다.


때로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우리보다, 육지에서 온 여행자 친구들이 더 많은 정보와 맛집을 알고 있는 경우도 많으니, 제주도에 지인이 있다면 친구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미리 검색해둔 맛집에 데리고 가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일상 회복이 되고 있는 요즘, 올해는 또 어떤 반가운 지인들이 찾아올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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