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핌 May 11. 2022

25. 귤꽃 향 맡아보셨나요

제주 정착기. 에피소드 4

제주도로 이사 온 첫해 어느 봄날, 외출을 나서는 차 안은 향수를 쏟아놓은 듯 진한 향으로 가득했다.

신랑과 나는 차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그 향기의 출처가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것임을 깨닫고 창문을 활짝 열어 창밖을 살폈다. 아카시아 꽃향기와 닮아 근처에 예쁜 꽃밭이 있는 게 아니냐며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결국 향기의 출처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왔더니 우리가 궁금해하던 그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마당 가득 번지고 있는 게 아닌가.

바람을 따라온 꽃향기를 좇아 마을길을 산책하던 중 하얀 꽃이 가득 핀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정체는 바로 마을 입구에 있던 커다란 귤밭의 귤나무들이었다.


귤이 열려 있어야만 귤나무로 인식했던 식물 무식자 시절, 하얀 꽃이 핀 귤나무는 너무나 신기하고 아름다웠고, 귤나무의 꽃향은 귤향이 아닌 달콤한 귤꽃 향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는 매년 5월이면 바람에 실려오는 귤꽃 향을 맡으러 중산간으로 올라가 귤밭이 있는 도로를 돌며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즐긴다.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귤'

5~6월이면 제주도 전역에 펼쳐진 수많은 귤밭에서 달콤하고 알싸한 귤꽃 향이 번져 나온다.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의래 꽃이 피기 마련, 봄의 벚꽃만큼이나 제주 전역은 하얀 귤꽃으로 뒤덮이는데 대부분 밭담 안에 있어 그 실체를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귤밭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귤밭에 가지 않더라도, 초록색 상큼한 잎사귀 사이로 하얗게 피어난 작은 꽃들은 향긋한 꽃내음을 바람에 실려 보내기 때문에, 5월의 봄 창문을 열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중산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틈에 향긋한 꽃냄새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귤꽃은 짧은 시기 스치듯 사라지니 5월에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귤 카페나 체험 귤밭 등에 방문하여 귤꽃 향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귤꽃은 꽃의 개화에 따라 그 해 수확량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꽃이 많이 열린 해는 열매가 많이 맺히기 때문에, 7~8월 풋귤이 열리면 속아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매년 열리는 감귤박람회를 참고해 봐도 좋다.


감귤박람회

기간 : 2022년 11월 10일 ~14일
장소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
매거진의 이전글 24. 안개가 드리운 제주도의 중산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