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을 기다린 호두과자

일상

by 사적인 끄적임

호두과자를 좋아하냐 물으면... 딱히?


휴게소에 들를 때 한 번씩 찾게 되는 호두과자지만 퍽퍽함과 인위적인 단맛에 평소엔 잘 찾지 않아요. 호두과자인데 왜 호두는 없는지. 호두의 함량이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집 근처에 호두과자 전문점이 생겼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집 맞은편에 생긴 조그만 가게입니다. 남자 사장님이 계시는데 여사장님도 계시다니 아마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인 것 같아요. 친구는 진짜 호두과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인천에 사는 친구도 그 맛에 반해 친구집에 놀러 오면 두어 박스 사가곤 했습니다. 많이 달지도 않고 호두가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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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장님과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한두 개 맛보기용 호두과자도 얻어먹으며 우리의 방앗간이 되어갈 무렵 문제가 생겼어요.


'성시경' 다녀감...


성시경 님이 다녀가면 늘 사람들로 붐빕니다. 호두과자집이 처음이 아니에요. 동네 맛있는 빵집도 순댓국집도 전복죽이 맛있는 전복집도 이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정 넘치는 동네가게가 아닙니다. 사람들로 꽉 찬 가게는 들어서기도 어려워졌고, 호두과자집은 재료가 소진되거나 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곳이 되었어요.


집 앞의 호두과자집을 빼앗긴 친구는 매일 그 가게를 지날 때마다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내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평일 오후니까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두과자집을 찾았습니다. 성시경 효과는 주말과 평일을 구분 짓지 않았어요. 사람들로 가득했고 결국 가게 앞에서 1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 카톡이 왔어요. 호두과자를 샀다며 퇴근길에 집에 들러 가져가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며 호두과자를 나눠 먹었어요. 무려 1시간을 기다렸는데 앞에서 10박스를 주문하겠다 말하니 줄에 서있던 사람들이 3박스, 5박스로 주문량을 늘렸다고... 와...

친구는 호두과자 3박스를 사서, 하나는 회사에 가져가고 하나는 나에게 선물하고, 나머지는 자기가 먹을 거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참 좋아하는 가수였는데 이젠 '성시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간에 주름이 먼저 잡혀요. 회사 근처에서도 유튜브를 찍으셔서 식당을 또 하나 잃었습니다. 엄마도 '성시경'이 왔다 갔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가수보다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사람으로 기억하실 것 같아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없나 봅니다. 가게는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겠지만 나와 친구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쉽게 지나치지 못하던 방앗간을 잃었어요. 많은 사람이 맛집 알게 되었지만 동네 단골손님은 잃었고요.

성시경 님... 우리 동네는 이제 그만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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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을 기다려 호두과자를 선물해 준 친구야~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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