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 - 잊혀진 계절
출근하자마자 옆 사무실에서 이용아저씨가 쓸쓸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 오늘 10월 31일이구나.' 이용 아저씨도 부르고, 아이유도 부르고, 임영웅, 서영은, 박화요비...잊혀진계절을 이렇게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 한지 몰랐다. 유튜브로 <잊혀진계절>노래 모음을 틀었는지, 목소리만 바뀐 채 잊혀진 계절이 무한 반복 중이다.
10월 마지막 날 밤에 헤어진 남자는 아직도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
여자는 쓸쓸한 표정으로 남자가 알아듣지 못할 이별의 이유를 말했나 보구나.
쯧쯧, 그렇게 아쉬우면 변명이라도 하지.
다시 만나고 싶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10월 마지막 날만 되면 여자가 생각나서 슬프겠구나.
여자의 입장으로 노래를 들으니 드라마 보는 아줌마처럼 별 생각이 다 든다. 알아듣기 어려운 아이돌 노래만 듣다가 귀에 쏙쏙 가사가 들리니 마음이 편안하다. 역시 옛날 노래가 좋다. 쓸쓸할 멜로디만큼이나 두 남녀의 서사가 한 편의 슬픈 드라마 같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연인에게 헤어짐을 당한 건지, 합의하에 헤어졌지만 서로 그 이유를 모르는 건지, 14년 차 아줌마가 되고 보니 그런 게 제일 궁금하다.
10월 7일도 아니고 10일 19일도 아니고 왜 하필 기억하기도 쉬운 10월 31일에 헤어저서는 매년 그날마다 헤어진 연인을 떠 올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느냐말이다.
10월 마지막날 연인과 헤어진 사람들은 매 해 이 노래를 들으며 가을이 얼마나 쓸쓸할까.
첫사랑 그놈과는 5월의 어느 비 오는 날 이별을 했다. 세월이 흘러서 며칠에 헤어졌는지 아무리 기억회로를 돌려봐도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하기 좋은 5월 1일이나 5월 31일이 아니라 다행이다. <5월의 어느 비 오는 날> 같은 이별 노래가 없어서 다행이다. 기억하기 좋은 날짜에 내 마음을 달래주는 노래가 있었다면 매 해 같은 날 그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쓸쓸했을까. <잊혀진 계절> 같은 노래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아침에 들은 노래가 하루종일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잊혀진 계절을 듣고, 부르고 있을지 모르겠다. <벚꽃엔딩>이 장범준에게 벚꽃연금이 되어 준다면, <잊혀진계절>은 이용 아저씨에게 가을연금이 되어 주지는 않을까? 별개 다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