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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Aug 02. 2024

보고 싶은 민재야

민재야~


아직도 부르면 "네, 이모~" 하고 대답할 거 같은 우리 민재.

이모가 민재 이름을 부르고 두 번째 줄을 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

우리 민재가 천국에 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갈까...


아직도 민재 생각하면 이모는 눈물이 줄줄 흐르네.

우리 민재는 가족들이 민재를 생각하며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줄 알면 엄청 미안해할 아이인데... 그래서 울지 말아햐지 하는데 아직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천국에서의 시간은 어떨까? 공간은 어떨지? 천국에 간 영혼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이모는 알 수가 없구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루종일 즐겁게 찬양하며 지낼까?

하루라는 시간적 구분이 있는 건지 어떤 건지도 이모는 잘 모르겠다. 어른들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천국을 우리 민재가 먼저 가서...



장례식 첫날 휴가를 나왔던 윤재는 오늘 부대로 복귀한다고 하는구나. 아빠, 엄마가 경주에서 올라오면서 윤재를 부대에 내려주고 오늘 영등포에 와서 원룸 정리를 한다고 해. 민재의 짐을 정리하며 엄마 아빠가 또 많이 우시겠다. 오늘 잠도 영등포에서 잔다고 하는데 아마도 엄마가 민재 침대에서 잠을 자겠지?

민재가 오늘 밤에는 엄마 아빠의 꿈속에 찾아오면 참 좋아하실 텐데...


이모도 민재랑 윤재가 지내던 원룸에 한 번 갔었는데, 그때가 생각난다. 민재가 공부하는 두꺼운 영어 원서를 보고 이모가 깜짝 놀랐었는데

"이런 책으로 공부하는 거야? 야 무지 어렵겠다. 할만해?"

"네, 재미있어요."

어려운 영어 원서로 공부하는 것도, 문과였다가 이과 수학을 다시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던, 공부도 참 잘하던 우리 민재인데... 민재 손 때가 묻은 책들을 정리하며 엄마, 아빠는 또 힘든 시간을 보내시겠다.



천국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있을까? 차라리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그래야 민재가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미안해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민재의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아직은 민재 생각만 하면 자동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우리 민재, 너무 이쁜 민재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까...


아까는 외할머니랑 잠깐 통화를 했는데

"내 기도가 부족해서 그랬나..."라고 말끝을 흐리시는 할머니 때문에 이모 목이 메었어.

왜냐하면 이모도 그런 생각이 자주 들거든. 며칠 전에는 이모부도 혼잣말로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어.

아마 가족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 봐. 내 기도가 더 간절했다면 민재가 아직 우리 곁에 있을까 하고 말이야.


"엄마, 민재오빠는 구름도 먹을 수 있겠죠? 이 구름, 저 구름 막 옮겨 다니고 구름 위에서 퐁퐁 뛸 수 있을 거 같아요."

며칠 전에 예음이가 문득 이런 말을 하더라. 초등학교 2학년의 귀여운 생각이지? 우리 민재가 예음이도 참 많이 이뻐해 줬는데... 열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 귀찮았을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어린 동생의 시덥지 않은 질문에도 대답을 잘해 주던 우리 착한 민재인데...



조만간 이모가 민재의 지구휴식처에 가 보려고 해.

민재의 납골함을 고르고 엄마가 그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이모가 민재 휴게실이라고 하자고 했어.

어차피 민재의 영혼은 천국에 가 있을 테니, 민재의 육신이 쉬고 있는 휴게실 말이야.


우리 민재가 천국에 있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민재를 보고 싶은 가족의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경주가 너무 멀어서 이모가 자주는 못 가겠지만, 가을즈음에는 민재를 좋아하는 이모부와 아이들과도 함께 갈게.


민재야, 천국에서 예수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


2024년 8월 2일 민재를 사랑하는 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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