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인구를 1억 명에 맞춰서 조정하려 하고 있다. 1억 명의 인구는 국내거주인구 5000만 명과 해외거주인구 5000만 명을 합한 숫자이다. '인구조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인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정난자은행'을 통하여 수집된 정자와 난자를 조합하여 필요한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9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정부는 출산장려책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임신 출산 진료비'를 비롯하여 신생아 수에 따라 1명당 200만 원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어 보았으나 출산율의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제 대한민국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부는 인간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았으나, 점차 정부에서 정자와 난자를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기증을 받던 때에는 기증자의 수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정자와 난자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자 정난자 기증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정난자 기증(판매)자가 늘어남에 따라 좀 더 우수한 정자와 난자를 기증(구매) 받기 위하여 기증자의 신체적 조건과 지능지수까지 검사하여 구매 순위를 정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자 기증자의 경우는 신장 180cm 이상자와 외모는 잘생긴 연예인 이상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정자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난자 기증자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여 미스코리아 정도의 외모를 갖춰야만 자신의 난자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와 같이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잘 생기고 머리가 좋은 정난자 만을 구입하던 정부는 이렇게 모든 정난자가 너무 일률적으로 흘러가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인간의 구성을 세분화하여 필요한 요소에 적합한 인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스포츠 분야에 뛰어난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그에 맞는 정난자를 구매하였으며, 음악 분야에 뛰어난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서도 또한 그에 맞는 정난자를 구매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적합한 정난자를 비축한 정부는 필요한 숫자에 맞추어 해당 인간을 생산해 나갔다.
이렇게 수집된 정난자로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인간생산시설'을 설립하였다. 그곳에는 저개발국가의 건강한 여성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자궁에 정난자를 착상시켜 인간을 길러냈다. 고용된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대접을 해 주었다. 이것은 고용된 여성들의 순수한 복지 차원이라기보다는 산모의 건강상태와 심리상태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태아에게 좋은 건강식이 제공되었으며, 하루의 일과는 잘 짜인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도록 되어 있다. 태아의 정서에 좋은 음악과 예술 활동을 하였으며 적당한 운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이 모든 활동은 전문가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인간생산시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정부의 주도하에 성장하였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 비용은 정부에서 지불하였으며, 이 아이들은 모두 단체로 생활하였다. 이렇게 태어나고 성장한 아이들은 우수한 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양질의 교육 환경에서 자라게 되었으므로 모두가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갖추게 되었다.
대학까지 졸업한 아이들은 '집단생활 시설'에서 나와 모두 정부가 알선해 주는 회사에 취업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대학을 나와 취업할 때까지 어떠한 고민도 어려움도 없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이제 안정된 직장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이들 중에 상당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일반 가정에 입양되어 자신을 입양한 부모와 유대관계를 가지며 가족의 구성원이 되었다. 아이를 입양하기원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때를 골라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산모의 자궁에서 자라고 있을 때에 미리 입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직접 아이와 함께 사는 시점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생활하는 경우와 일단 입양 계약만 해 놓은 상태에서 아이는 공동생활시설에서 그대로 생활하도록 하고 자신들이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었을 때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의 양육비를 정부에 지불하는 부모와 지불하지 않는 부모가 있는데 이는 완전히 부모의 자유에 맡긴다.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면 '누가 비용을 지불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모들이 양육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자신이 아이의 양육비를 지불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라는 느낌과 애착을 좀 더 갖기 위함이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은 부모들은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아이가 성장하고 있는 공동생활시설을 방문하여 아이를 만나고 원하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며, 일정기간 동안 아이를 집에 데려와 생활하다가 다시 공동생활시설로 보낼 수도 있다.
아이들은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태어나 같은 생활수준과 환경에서 자라면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협력하여 생활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결혼과 출산, 입시. 취업 등, 그야말로 모든 걱정이 사라진 유토피아가 도래한 것이다.
창아는 오후에 약속이 잡혀 있는 동아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지하철역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오늘따라 비가 주적주적 내려 요즈음 계속 마음이 심란한 창아의 발걸음을 더욱 처량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