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물건을 주문하였더니 위와 같은 문장의 답변이 왔다. 달력 날자로 45주에 물건을 보낼 수 있단다. 그런데 달력 날자로 45주가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정확한 날자를 확인하기 위하여 달력을 살펴보았으나 주에 대한 숫자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달력의 주를 처음부터 세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세어 보니 바로 이번 주였다. 11월 5일부터 11일까지가 45주이다.
종전에는 유럽 국가와의 거래를 할 때에 날자를 주 단위로 세어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은 거의 없었던 터라 오랜만에 보게 되는 주 단위의 표기를 보니 생경스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주 단위의 요청을 브런치스토리팀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연재 브런치북>으로 요일별로 연재할 수 있는 형태의 새로운 브런치북이다. 그동안 글쓰기 작업이 뜸해지고 있는 나의 생활에 브런치스토리팀은 끊임없는 자극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조용히 잠시 쉬려는 나에게 약간 짜증 나기도 하지만, 이런 나에게 자극을 주는 누군가 있다는 점은 감사할 일이다.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일간 이슬아'에 관심을 갖고 전자책으로 글을 완독 하기도 하였고, '월간 윤종신'에도 관심을 갖었던 터라 그 사이에 '주간 라트'를 감히 끼워 넣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간 이슬아'에서처럼 적나라하게 자신의 생활을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써 나갈 자신도 없고, '월간 윤종신'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위로하는 음악을 만들 자신도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정도의 글이라면 내 생활에서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독자와 약속을 하고 연재를 하면 나의 생활도 무언가 질서가 잡히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도 같다. 그래서 시작하기로 했다 '주간 라트'의 연재를. 이렇게 앞뒤가 뒤바뀌는 문장이 되더라도 말이다. 이미 나에게는 800명 정도의 독자들이 있으니 독자들이 응원해 주고 공감해 준다면 앞으로 꾸준히 이어가 보련다.
지난주에는 양평에서 1박 2일을 아내와 함께 보내고 왔다. 결혼 32주년을 맞아 세 아이들이 펀드를 조성해서 엄빠에게 호캉스를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큰아들이 성당에서 거행된 '혼인 갱신식'을 기념하여 엄마 아빠에게 깜짝 선물로 호캉스를 보내 주었었는데 올해에는 동생들까지 참여시켜 펀드를 조성하여 준비한 듯하다.
아이들이 예약한 호텔은 양평에 있는 블룸비스타 호텔이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호텔에 도착하여 주차시켜 놓고 주변에 있는 수변공원을 산책하고 시간에 맞춰 체크인한 후에 객실에 짐을 풀고, 두물머리를 산책하러 나섰다.
나는 양평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양평이 그렇게 넓은 곳인 줄 몰랐다. 내가 묵는 블룸비스타와 두물머리가 모두 양평에 있으니 차로 움직이면 금방 갈 수 있으려니 하였는데, 티맵으로 검색해 보니 자동차로 45분 거리에 있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으나, 특별히 할 일도 없어 계획한 대로 두물머리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가는 길이 또한 가관이었다. 같은 양평에서 움직이는데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한참을 달려서 가는 코스였다. 차를 타고 가면서 느낀 점이 양평이 참 넓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과 어디든 직접 가 보고, 경험을 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막내가 엄마 아빠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바지락 칼국수 드시지 마세요."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종전에 막내와 함께 대부도로 칼국수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아내가 대부도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막내를 꼬셔서 함께 갔다. 그런데 가면서 문제가 생겼는데, 이는 다름 아닌 교통정체였다. 길이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고 시간은 흘러 흘러 아내가 배가 고파서 안에서 꼬물꼬물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살이 찌면서 나아졌지만 아가씨 때부터 아내는 밥때가 지나 배가 고파지면 안에서 무언가 꼬물꼬물 짜증이 올라오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상태가 되곤 하였다. 그런데 그때에 이러한 아내의 본성이 다시 살아났던 것이다.
한참 걸려서 미리 찾아 놓은 맛집에 도착하였는데, 아내는 이제 도착하였다는 기쁨보다는 안에서 꼬물꼬물 올라오는 그 무언가에 정복되어 마구 화를 내고 음식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막내는 엄마 아빠가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전쟁을 보게 되고, 그 이후로는 "엄마 아빠, 바지락 칼국수 드시지 마세요."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두물머리에 도착하여서 또 위기가 닥쳐왔다. 날씨는 캄캄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엄청 많은 차량들이 모두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내의 안에서 또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이제 나에게는 어느 정도 아내를 다룰 노하우가 생겨 있으므로, 최대한 아내의 마음을 달래서 차를 주차하고 두물머리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였다.
다행히도 두물머리에 도착하니 아직 카페에 불이 켜 있고 관광객들이 일부 남아서 산책을 하고 밤바다가 아닌 밤의 남한강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이 누그러지고 기분이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있었던 플립마켓이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모자가 있었는데, 그 모자들이 아내의 마음을 끌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플립마켓에서 여러 모자를 써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각자 마음에 드는 모자를 하나씩 구매하였다.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위험이 존재하지만 그 위험 속에도 새로운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잘 잡으면 전화위복이 되어 삶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1층에 있는 'Kitchen 316'에서 파닭과 함께 하는 치맥으로 분위기 있는 저녁을 했다. 식당에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나 이러한 펍 분위기가 오랜만인 우리 부부는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물머리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고 객실로 올라가 편안하고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과 '세미원'을 방문하였다. 11월에는 세미원 방문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꽃도 없고 단풍도 없고 모든 것이 죽어 있는 듯한 분위기에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러한 분위기에 아내가 무언가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무엇을 찍고 있냐고 묻자, 아내는 "여기 좀 봐요. '네잎클로버'가 모두 여기 모여 있어요." 하는 것이다. 나도 아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을 보니 평소에는 하나를 찾기도 힘든 '네잎클로버'가 모두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