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아이들이 펀드를 조성하여 보내주는 호캉스 가는 날이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 이후이므로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일찍 도착하여 주변 관광지도 구경하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을 세워 놓았다.
우리 부부는 본래 아침 일찍 일어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라 서둘렀다고는 해도 호텔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었다. 그래도 아직 체크인 시간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체크인 예약을 해 놓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예약해 놓은 호텔은 블룸비스타 호텔이었다. 차를 타고 오다 보니 호텔이 있는 곳이 남한강 주변이라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남한강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텔에는 아름다운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사진을 잘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우리도 몇 컷을 찍다 보니 마치 화보 촬영하러 온 거 같은 느낌이다.
호텔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산책을 하다 보면 남한강 쪽으로 <기흥성뮤지엄>이 있고, 1층에 빵과 커피 등을 파는 카페가 있다. 아메리카노와 빵을 테이크아웃하여 카페 뒷문으로 나오니 넓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정원을 지나면 남한강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남한강을 구경하고 있는데 카톡으로 호텔에서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순서가 되었으니 와서 체크인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면서 "남한강이 보이는 높은 층으로 부탁해요." 했더니 아이들이 예약한 객실이 디럭스룸이란다. 그리고 디럭스룸은 모두 강이 보이고 이 호텔에서 가장 높은 14층에 위치해 있단다. 아이들 덕분에 오늘 호강하게 생겼다.
객실에 올라가 창을 통해 보는 남한강 풍경이 정말로 환상적이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으려니 다 담기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파노라마 모드로 바꿔서 찍었더니 이제 어느 정도 뷰가 잡히는 거 같다.
아직 저녁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우리는 두물머리에 다녀오기로 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두물머리는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해는 져서 어두웠지만 주변 카페의 불빛과 가로등이 어우러져 축제의 장에 온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요즈음 나오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컴컴한 밤인데도 사진이 잘 찍힌다. 두물머리를 대표하는 커다란 나무, <두물머리 소원 들어주는 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주변을 산책하니, 낮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산책을 하고 이제 나오려는데 야외에 많은 전등불들이 마치 축제를 하는 풍경처럼 켜 있는 것이 보인다. 불빛 쪽을 보니 플립마켓이 있고 사람들이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플립마켓에는 다양한 모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도 모자를 써 보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음에 드는 모자를 하나씩 골라 구매하였다.
두물머리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1층에 있는 '키친 316'에서 파닭과 함께 하는 치맥으로 분위기 있는 저녁 시간을 가졌다. 식당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으나 오랜만에 느끼는 펍 분위기에 취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내에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지?"하고 물으니 신혼 초에는 이런 분위기의 식당에 온 적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분위기 있는 식당을 종종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남한강에서 시원스럽게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그 광경을 남기려 하였으나, 역시 액티비티는 동영상으로 남겨야 제 맛일 거 같아 동영상으로 촬영을 하였다. 동영상으로 돌려 보니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스카이라운지에서 조식을 하고 객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을 방문하였다. 문학관 안에는 황순원 선생님의 작품과 살아계실 때 사용하던 집기등 작품 활동을 하실 때의 모습을 재현하여 놓았고, 영상관에서는 소나기의 작품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다.
건물 밖에는 테마파크가 있었는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잠시 후에 인공소나기를 틀어 준다는 말씀을 하신다. 우리의 걸음걸음은 행운이 따르는 듯하다. 잠시 기다리니 정말로 인공소나기가 쏟아진다. 인공소나기는 생각보다 엄청난 괴력으로 물을 뿜어내어 정말로 소나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나기 마을>을 나온 우리는 세미원으로 향했다. 세미원은 전에도 와 본 적이 있었는데 나무와 꽃으로 어우러진 평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는 양평을 방문한 김에 또 한 번 다녀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세미원을 들어서는 순간에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미원에는 꽃도 없고 단풍도 별로 없고 전에 보았던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배다리가 침수되었는지 끊어져 두물머리로 건너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냇물이 흐르는 돌다리를 건너고 다양한 조형물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미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아내가 무언가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무엇을 찍고 있냐고 묻자, 아내는 "여기 좀 봐요. '네잎클로버'가 모두 여기 모여 있어요." 하는 것이다. 나도 아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을 보니 평소에는 하나를 찾기도 힘든 '네잎클로버'가 모두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