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캄보디아 NGO 현장활동가의 솔직한 이야기.
우리는 세상이 변화하기 위해서 ‘문제의식’은 꼭 필요한 것이며
중요한 것이라 알고 있다.
밝지 않아서 무언가를 밝히기 위해 ‘불’을 발견하고
세상을 유랑하기 위해 비행기’라는 수단을 만들어내고
시민혁명을 거치며 인권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게 되고
인간은 어떻게든 점점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NGO 활동가일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의 인터뷰나 현장 사람들과의 회의할 때면
‘어떤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를 가장 큰 화두로 이야기한다.
특히 사전조사를 할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인데
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우선 문제를 보아야 속이 후련한 이들이 많다.
물론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허다하며,
내 경험에 의하면 그들이 쉽사리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어떤 모니터링을 갈 때면 우리는 늘 보고서에
문제점만 한가득 적어서 돌아온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고 그 이후 큰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있다.
나의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문제처럼 보이고,
자꾸만 단점만을 잡아내다 보니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가’ 혹은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가’와 같은 혼란을 겪는다.
또 가끔은 내가 마치 문제를 찾으려고 온 사람 같아 맥이 빠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나의 집, 내가 사는 곳에 다짜고짜 찾아온 누군가가
무엇이 문제인 것 같냐고 하는 둥,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 둥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나는 과연 귀 기울일 수 있으며 쉽사리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
요즘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문제를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그런 문제의식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내가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내가 어떤 것이 문제라고 단언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보는 문제들이 문제가 아닐 수 있을 때가 대부분이며,
기다리다 보면 해결될 일일 때도 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기다림이다. 사실 현장에서는 그럴 수 없을 때가 대다수이지만 기다림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
그러니 우리는 누군가와의 사전조사, 누군가를 만날 때
‘문제점이 무엇이에요?’ 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고 질문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고백하자면 나도 여전히 문제를 더 많이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조금 물러서서, 시간을 가지고 우선은 장점을 먼저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봐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좀 더 넓은 시선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고, 함께 가야 하는 길이기에 더욱 그러해야 한다.
여전히 깨지고 부딪히는 나이지만 그래도 함께 할 그 손을 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