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친구

경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세요.

살아가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 가끔은 필연적으로 친구가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을 때,
하소연하고 싶을 때,

아주 안 좋은 일들이 몰아칠 때,
혹은 아주 기쁜 일이 있어서 나누고 싶을 때,
또 대부분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누군가의 필요성을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법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친구가 많으면 좋은 것인 줄 안다.
우리 어른들도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많으면 좋다고 하기에 그것이 세뇌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친구가 많은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친구가 많아야 할까.
또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친구가 많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끔 누군가의 고민을 들으면,
자신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두려울 때가 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은 친구가 그렇게나 많아 보이고, 즐거워 보이는데
자기는 슬플 때, 지칠 때 술 한잔 함께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런 고민은 인간이라면 느끼는 외로움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별다르진 않다.

나는 초등학교  때는 혼자가 편했던 사람이었기에 지금껏 초등학교 동창이라고는 없으며,
중학교 동창은 있지만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고,
고등학교 동창은 그나마 조금 연락하는 편이다.
아주 친한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들과도 매일매일 연락하며 안부를 묻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 서로가 힘들 때 서로가 툭 튀어나와주는 그냥 그런 존재들이다.

그래서였는지 사람에 대한 갈증이 대학교에 들어서 폭발했었다.
나는 대학교에 들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신기하게도 그때는 그것이 꽤나 즐거웠다.
내가 평생 만날 사람은 그때 다 만나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그 후에도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웠던 때가 그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그렇게 활달하지도 않던 성향의 나인데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괜스레 친절하게 대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누구였나 싶을 정도다.

물론 그 시기는 고작 2년 내외였을 거다.
그 후에 다시 느낀 거지만, 떠나는 사람은 떠나게 되어 있고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이 주로 남더라.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옛 친구보다는 관심이 비슷한 이들끼리 더욱 연락을 많이 하게 된다.
이전에 오래된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사회생활이 시작된 이후로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다고들 했었다.
글쎄. 오히려 가끔은 오래된 친구보다, 분야가 같은 사람끼리의 대화가 편하다.
그런 걸 보면 꼭 친구라는 것이 오래된 사이만이 친구라고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캄보디아에 와 있으면서도 지난해에는 내 기준으로 했을 때 사람을 굉장히 많이 만났고,
올해는 그것들이 너무 벅차 많이 가지를 쳐냈던 한 해였다.
그제야 내가 나인 것 같아졌고, 내 시간이 오롯이 생겼다.

또 생각해보면 4-5년을 주기로 친구들이 바뀐다. 내 관심사들에 따라서, 내 인생의 방향에 따라서 말이다.

그러니까.
친구가 사람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함께 밥 한 끼 할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어차피 사람은 외로운 동물이니까.

친구가 없다고, 너무 걱정 말기를.
두려워 말기를.
길가 어느 곳이든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되면 친구가 되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