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4년 차 NGO 활동가
나는 캄보디아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몇 년 여는 살게 될 것이며 그렇다면 나는 늘 이방인일 것이다.
내가 아무리 영주권을 가진 자가 된다고 해도 나의 생김새나 행동들은 어쩔 수 없이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이방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 또 더 캄보디아라는 곳을 알아나가기 위해서는 ‘캄보디아어’를 배우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나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언어를 꽤 소홀히 했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아서 지난해부터 나름 열공 중에 있다.
캄보디아는 어려운 글자 때문에 여전히 문맹률이 높은 곳 중에 한 곳이다.
산스크리트에서 나온 인도어, 태국어, 라오스도 우리가 보기에는 어려운 글자 같아 보이지만 캄보디아보다 쉽다고 한다.
실제로 인도어과를 나온 나로서도 인도어에 비하면 캄보디아어는 변화무쌍한 언어인 데다가 외워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은 언어인 것 같다.
캄보디아의 아픈 역사 속을 들여다보면 서민들이 언어를 쉽게 배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언어를 쉽게 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시골, 특히 여성들의 문맹률은 꽤 높다.
마을에 설문지를 하러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어머니분들이 캄보디아어를 읽지 못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도 나는 문맹에서 100%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던 몇 년을 되돌아보면 캄보디아어를 볼 때마다 참 동글동글 예쁘게도 생겼네 였거나 아이들이 책을 읽는데 같이 읽고 싶고, 혹은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었다.
그리고 지금 ‘캄보디아어 쓰기, 읽기’를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캄보디아어를 더 끌어안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이렇게 불규칙이 많은 언어를 아이들이 1,2년 내에 배운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를 배울 때는 ‘습관’이 참 중요한데 그 습관을 길들여간다는 것에 스스로 어려움과 함께 때로는 뿌듯함도 느껴가고 있다.
또 문맹을 탈출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보통 우리는 모국어를 아주 어릴 때 배우고 습득하는데
마치 그 과정을 다시 겪는 기분이며 왠지 새롭다.
특히 다른 언어들은 읽는 것이 쉬운 경우가 많은데 캄보디아어는 그렇지 않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의 문화나 보이지 않던 캄보디아의 모습들을 언어를 통해 배우기도 하는 듯하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우리나라는 망고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망고를 줍는다는 것은 시장에서 떨어진 것을 줍는다거나 마트에서 떨어진 것을 줍는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 곳은 망고가 많다 보니 망고를 줍는다는 것은 당연히 나무 아래에 떨어진다는 것을 줍는다는 의미로 통했다.
사실 여전히 캄보디아어는 내게 어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을 요즘은 꽤나 즐기게 된 것 같고 글자가 한두 개씩 읽히기 시작하면서 문맹탈출!이라는 기분과 함께 내가 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는구나를 느끼고 있다.
스스로 그렇게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또 어쩌면 이전에는 캄보디아에 오래 발을 내딛고 살 생각이 아니었기에 왠지 더 소홀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보니 더 그리 된 것도 같다.
올해 안에는 캄보디아어로 된 동화책을 능수능란하게 읽고 또 언젠가는 쓰기 좋아하는 내가 캄보디아어로도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기를.
또 이렇게 나의 꿈, 버킷리스트가 하나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