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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Jun 17. 2019

8. 화장

경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세요.

여자들에게 화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엄마’ 일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 아이가 그렇듯이나도 화장을 한다는 행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엄마 때문이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중학생일 때까지 화장품 가게를 하셨다.
그렇다 보니 엄마는 그때그때 가장 유행인 화장을 하셨었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 나는 화장을 한 엄마와 하지 않은 엄마가 지나치게 다르게 느껴져 같은 사람이 아닐 거란 엉뚱한 생각도 했었다.
지금은 한 듯 안 한듯한 화장이 유행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진한 색조 화장이 유행이어서인지 유달리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나 역시 화장을 했을 때와 화장을 씻어냈을 때 내가 다른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심지어 화장품 가게를 했었던 엄마라 엄마에겐 항상 파운데이션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그다지 유쾌하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화장품 특유의 냄새가 싫어 무취인 것을 위주로 화장품을 쓴다.
  
또 어렸을 적 내 눈에 보인 엄마일 때의 엄마와 일할 때의 엄마는 꽤 괴리감이 크게 느껴져 화장이라는 것 자체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화장을 하는 순간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갔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싫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화장을 하는 도구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겠지만 여자 아이들이 흔히 한다는 입술에 립스틱 한 번을 발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스무 살이 넘어서 화장을 했었는데 나는 스물둘, 셋이 넘어서야 겨우 화장이라는 걸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것도 겨우 파운데이션에 립글로스를 바르는 수준이었지만.. 게다가 화장을 하는데 한 시간씩이나 걸린다는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화장품 집 딸로 살기를 15년여,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야엔 전혀 관심이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요즘이야 중고등학생부터 남자들까지 화장을 한다는 게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관심이 없는 분야인 것 같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오롯이, 잘 늙어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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