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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May 04. 2019

2. 나는 겁쟁이입니다.

4년 차 캄보디아 NGO 현장활동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캄보디아에 눌러 산다고 이야기를 하면
신기한 시선으로 다들 날 쳐다본다.
그리고 마치 내가 아주 도전적인 사람인 거처럼 추켜세워주기도 한다.
솔직히 그 추켜세움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내 가슴 깊이에서는 나는 누구보다 가장 겁쟁이라고 외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이 싫어 떠나왔다.
나는 하기 싫은 건 정말 금세 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걸 피하고 다니는 타입이라 처음엔 사실 이곳이 나에겐 도피처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삼십여 년을 살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늘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경쟁하면서 살기에 바빴다. 한마디로 내가 없었던 것이다.

또 이 곳에 몇 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한국보다 캄보디아가 더 익숙해졌다.
4년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보내고 있는 캄보디아가
이제는 나에겐 한국보다 더 익숙한 곳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힘든 것들 투성이임에도 캄보디아가 좋지 않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좋지 않았다면 이 곳에서도 나는 역시 또다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익숙한 생활들과
이 사람들과 어우러진 이 생활에 꽤 만족을 느꼈기에 나는 조금 오래 이 땅에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토록 눈치 보며 살던 내가 캄보디아 분들과 지내며 점점 더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에 더욱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나에게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일을 하다가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들며
가끔은 거대한 벽에 마주 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꾸 또 도망가려는, 겁쟁이처럼 피해버리려는 나를 붙잡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내가 도망가고 싶은 이유도 ‘사람’이지만
또다시 이 곳을 돌아보게 되는 것 역시 ‘사람’이다.

이런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들을 언제까지 이것들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곘다.
언젠가 나는 또 겁쟁이처럼 이 곳이 싫다고 떠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제는 싫다는 마음보다는 더 이상 그곳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또 어딘가로 떠날지 모르는 나는
절대 용기 있고,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겁쟁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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