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학교에서 석 달간에 걸친 수행평가를 진행했고,
이제 막바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누기로 한 작품은
이장욱 작가의 ‘변희봉’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변희봉’이란 배우를 알지 못합니다.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 아버지 역할을 했던 배우!”
라고 주인공 ‘만기’가 여기저기서 외치지만,
오히려 다들 만기를 이상한 사람 취급해버립니다.
“송강호 아버지? 김인문씨 말야?”
주인공 만기는 사실 ‘루저’입니다.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배우를 한답시고
극단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지나가는 행인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병든 아버지를 모셔야 했죠.
그런 만기에게 ‘변희봉’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모두가 그 존재를 부정합니다.
정확히는 변희봉이란 존재에 관하여
그 누구도 ‘관심조차’ 주질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한심하고 불쌍한 처지인 만기.
만기마저도
‘정말 변희봉은 없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던 찰나,
한 줄기 빛이, 그에게 전해집니다.
“만기야, 니 벤…… 히봉이라고…… 아나?”
아버지였습니다.
임종 직전,
아버지는 만기의 귀에 대고 말합니다.
변희봉을, 아느냐고.
만기는 아버지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이 끄덕임을,
저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자퇴나 전학을 고민하는 아이들이 속출합니다.
자신은 틀렸다,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죠.
아이들은 소설 ‘변희봉’ 속 루저,
만기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온갖 역경에 시달리며
허황된 꿈을 꾸는 아이들.
그런데 아이들은 또,
만기를 닮아야만 합니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아이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도, 틀리지 않았으니까요.
어른들은
만기를 닮은 우리 아이들에게
‘나도 변희봉을 알고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어야 하겠죠.
‘너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내가 있다’라는,
그런 응원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저의 메시지에
조금씩, 응답을 해냈습니다.
문학의 기본 핵심은
메타포, 즉 ‘은유’입니다.
작품 속 장면들은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늘 우리의 삶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문학이 우리에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며
문학은 언제나,
아이들을 일깨워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