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여덟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아흔여덟 번째 이야기
직업병입니다, 직업병.
딴에 대한민국의 국어 교사라고!
바른 어휘를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대화를 하던 중 뭐 하나라도 잘못 들리면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저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표적인 녀석이 바로
‘틀리다’와 ‘다르다’입니다.
이번 학기 수행평가였던 ‘책 읽고 대화하기’ 활동은
총 네 차시로 이뤄집니다.
읽기 – 토론 – 쓰기 – 발표
와 같은 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마지막 단계인 발표 시간에 너무 좋은 글이 있어서
‘○○이의 글을 발표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가 굉장히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이던 것이었습니다!
(그 반응을 상세히 설명드리진 못하겠습니다…)
다행히 수업은 잘 넘어갔지만, 어쩔 수 없었죠.
○○이를 쉬는 시간에 불렀습니다.
“○○아, 혼내는 게 절대 아니고, 궁금해서 그래. 네 글 읽히는 게 싫었어?”
아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거 읽으면 애들이 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거든요.”
아이는 글 속에 자신을 담았습니다.
난 유행이 싫다.
SNS나 유튜브에서 유행이랍시고 하는 춤이나 ‘챌린지 노래’를 하는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똑같고 시시하다. 그냥 자기 자신이 뒤처지지 않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옷들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을 평가한다.
옷 한 벌에 얼만데…. 비싸다. 그냥 입는 거 또 입자.
유행을 못 따라간다고 해서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 자신의 기준, 내 행복의 기준에 맞춰 살아갈 거다.
나는 양갱을 좋아한다.
할머니 입맛이라고 놀리는 놈들은 니들이 좋아하는 마카롱이나 계속 먹어라.
요즘 나오는 노래들은 가사 내용이 다 사랑 이야기들 뿐이다.
난 옛날 노래여도 신나는 노래들만 찾아 듣는다.
넷플릭스에서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난 옛날 홍콩영화가 더 재밌다.
장국영이 주연으로 나오는 <패왕별희>는 본 지 오래됐지만,
여운이 길게 남아서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렇게 살고있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행복 기준에서 재밌는 것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전 ○○이의 글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이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글로 표현했음에도―
남들 눈에 자신의 ‘다른’ 모습이,
‘틀린’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걱정이,
도대체 왜 생겨난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무한책임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의 양상은
학교 수업 시간에만 이뤄지진 않습니다.
가정이든
사회이든
그 어느 곳이든 다 ‘학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어떤 남학생은 꿈이 미용사인데,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고, 나머지는 입에 풀칠도 못 한다’며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막았다고 합니다.
어떤 여학생은 체육 교사가 되고 싶은데,
‘여자가 몸 쓰는 일 하면 오래 못 한다’라며
역시 부모님이 꿈을 막았다고 합니다.
‘남들처럼’
우리 아이가 의사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꿈을 탐색하여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길 원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어른으로서의 도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