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세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백열세 번째 이야기
학교 교사들은
누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교육실습생 지도교사가 되는 것도 꺼려하죠.
내 수업을 보여줘야 하기에!
그런데 아예 학교에서는
‘학부모 공개 수업’이란 행사를 진행합니다.
정말이지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저는 그냥 하던 대로 했습니다.
도무지 수업을 따로 준비할 여력이 없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눈치도 보이더라고요.
공개 수업이라고 뭔가 준비했구나,
이런 인상을 심어주긴 싫었죠.
사실 공개 수업은 잘 넘어갔는데,
행사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들은
‘학부모 상담’이란 또 다른 부담을 겪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시간이지만,
한 번에 수많은 학부모님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또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긴 하죠.
다행히(?) 저는 올해 담임이 아니어서
그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끝나고 선생님들께
상담은 잘 마치셨냐, 여쭤보기만 하면 되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대화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학부모님께서 공통된 토로를 하신 거였죠.
“우리 학교 영어 시험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인가”
중학생 때까진 영어 성적이 굉장히 좋았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갑자기 뚝 떨어졌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영어 성적의 평균이 낮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 또 있었습니다.
수업이 일찍 끝났을 때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죠.
영어 시험이 어려웠냐고 대놓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답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어렵다는 아이들이 상당수이긴 했는데,
일부 아이들은
‘평이했다’도 아니고
‘너무 쉬웠다’라는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인가!
코로나로 인한 학습 격차,
말로만 들었던 그 장면을 눈앞에서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이러한 학습 격차가 왜
중학교 성적에선 드러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쭤보았죠. 영어 선생님께!
정말 쉬운 답을 해주시더군요.
“수업 잘 들었던 애들은 성적 괜찮아요!”
생뚱맞을 수 있지만,
과거 이런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전체적으로 예상치 못한 성적을 받아서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는 학부모님이 계셨는데,
그 아이는 사실 학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학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얘가 대학은 잘 갈걸요?’
워낙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어서
충분히 성적을 만회함은 물론
학교생활의 충실도가 반영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생길 수 있지 않겠냐는,
나름의 견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다행히 설득과 격려를 바탕으로
전학을 가지 않고,
충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죠.
코로나로 인한 학습 격차는 사실
학습 태도 형성 여부의 차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불어 아이의 정체성을
숫자 몇 개로만 나타낼 수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중학교 성적이 좋았음에도
고등학교 성적이 별로인 이유는
학습 습관이나 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지닌 역량만으로도
중학교에선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거든요.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역량에 더해질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이 있다면
역량도 반드시 갖춰질 테지만,
노력이 없으면
이미 가진 역량마저도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현재의 성적보단 성실함이,
아이의 미래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