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아홉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백열아홉 번째 이야기
저 지금 1학년 ○반 수업 중입니다.
다음 주 1학기 2차 지필평가를 앞두고
시험 범위까지 수업 진도가 완료된 학급에선
자연스레 자율학습을 진행합니다.
덕분에 저에겐 여유시간이 생겼지요.
이런저런 밀린 일도 하고,
또 글도 씁니다.
잠든 녀석을 깨워줄 겸 교실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중간중간 몰래 놀고 있던 녀석들에게 핀잔도 주고,
지친 녀석에겐 토닥토닥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의아한 광경도 보았습니다.
왜 지금,
인강만 주구장창 듣고 있는 것일까요?
학습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예습 – 본시 학습 – 복습
이런 틀을 기준으로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시험에 임박해서는,
복습 안에서 세부적인 단계를 설정한 후
그 체계에 맞게 또 학습을 진행해야 합니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복습 단계를 진행하고 있어야 합니다.
복습의 단계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겠지만,
1. 이해하기
2. (필요하다면) 암기하기
3. 문제 풀기
정도로 설정해볼 수 있겠네요. 디립따 쉽죠?
****복습의 1단계 ‘이해하기’의 경우
직접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개념 하나하나를 설명해보는 연습이 최고입니다.
이 단계 없이 바로 암기로 넘어가 버리면
머릿속에 ‘그림을 박아놓은 것’밖에 안 되거든요.
****2단계 ‘암기하기’의 경우
직접 써 보는 방법이 참 좋습니다.
이때의 쓰기는, 개조식보단 ‘자신의 언어’가 되어야 하고요.
‘시조 : 고려말 발생, 형식적 특징: 3장 6구, 4음보…’
vs
‘시조의 기원과 관련해서 다양한 설이 있어. 향가기원설, 민요기원설 등.
향가기원설의 경우엔 10구체 향가 속 낙구가 그 흔적이 되어…’
****3단계 ‘문제 풀이’의 경우
직접 문제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교사마다 다르겠지만,
문제집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신형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실제 수업을 바탕으로
직접 문제를 만들어봄으로써
예상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복습의 단계가 당연히 가장 중요하고,
또 시간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하겠지요.
그런데 시험이 임박했음에도,
그저 인강만 반복해서 듣고 있으면
이게 자신의 것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등장하여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읽고, 풀어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복습은,
수업 내용을 듣고
부호화시킨 뒤, 저장하여,
시험 때 인출해내기 위함입니다.
어느 한 과정이 빠져 있으면,
제대로 된 인지 과정이 이뤄지지 않겠지요.
수업만 주구장창 반복해서 듣는 건 부호화와 저장이 없는 것이고,
자신의 언어로 이해하지 않고 암기만 하는 건 부호화 없이 저장하는 것이고,
이전 과정 없이 문제풀이만 하는 건
부호화, 저장의 과정이 전혀 없이 인출만 하려는 것이죠.
공부라는 건 참 단순합니다.
그런데 그걸 못합니다.
그러니 성적이 안 나옵니다.
시간 낭비하고 있는 것이죠.
아니, 이 쉬운 걸 왜 못하죠?
(물론 저는 학창 시절에 ‘안’ 한 것이지, ‘못’ 한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