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가 미래다!
생선가게 생선들이 15도로 누워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위박스브랜딩대표이자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활동하고 있는 ‘이랑주’ 작가님의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에는
생선가게 진열에 대한 해답이 실려있습니다.
생선을 사선으로 진열하면 율동감에 의해 더욱 신선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를 실제 동네 마트에 적용했더니,
그날 생선이 완판되었다고 합니다.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VMD)의 역할이 바로 이것입니다.
좋은 걸,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존재랄까요!
구체적으로 비주얼 머천다이저는
상품의 구매, 전시 및 판매와 관련하여 계획 및 전략을 수립하고,
무엇보다 시각적 연출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끌어내는 업무를 합니다.
경영, 유통, 마케팅은 물론 디자인이나 광고, 브랜딩과 관련한 역량도 요구되는,
말 그대로 ‘융합형’ 인재라고 할 수 있겠죠?
시각 디자인과 관련한 전공이 좀 더 유리할 수는 있겠으나
활동 영역이 디자인이란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오히려 ‘경영 컨설턴트’와 같은 역할이 더욱 두드러진다면
근미래를 선도할 미래직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게 되면,
대부분은 길을 잃기 마련입니다.
가고자 했던 매장을 간 것인데
그곳이 그곳이 아닌 난처한 상황을, 다들 겪어보지 않으셨나요?
이는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입니다.
주기적으로 매장의 위치를 변동함으로써
고객의 동선을 늘리는 전략이죠.
그렇게 되면 고객들은 더 많은 상품을 둘러보게 될 것이고,
계획에 없던 상품을 구매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이러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비주얼 머천다이저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비주얼 머천다이저의 역할은
단순 ‘디스플레이’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상품진열은 물론 매장 내 디자인 전반에 관여함으로써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란 말도 있잖아요?
동시에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도 녹아들어야 하니
여러 방면의 지식과 노하우가 갖춰져야겠죠?
충청남도 금산군은 ‘인삼’으로 매우 유명한 지역입니다.
인삼 축제, 인삼박물관 등 지역 곳곳이 인삼이란 키워드로 가득 차 있죠.
지난 2018년, 금산 인삼 제품의 이미지 제고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비주얼 머천다이징 아카데미’를 실시했습니다.
단순하게 매장에 인삼을 어떻게 진열할 것이냐에 관한 교육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여 상품의 디자인과 크기, 포장 등
세세한 제품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덕분에 금산군의 인삼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더 오래전이긴 하지만 지난 2008년,
수원 못골시장이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범 시장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화를 통해 전통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이 사업으로 인해
못골시장은 평일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백화점 상품진열’에만 국한된 사업이 아니란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해드린 비주얼 머천다이저 이랑주님은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을 찾아 비주얼 머천다이징 노하우를 전수하며
우리나라 시장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계시기도 합니다.
‘E-커머스’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 세계 소비자의 90% 이상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앞으로도 유지되거나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죠.
온라인상의 제품 진열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항상 ‘트랜드’와 얽힐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는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분명 결이 다를 것입니다.
주어진 공간에서 주어진 상품만 활용하는 게 아닌
환경을 고려한, 미래 지향적인, 남들과는 다른, 개별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정말 새로운 비쥬얼 머천다이징이 필요할 수 있단 말이죠.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들어보셨나요?
시몬스를 ‘침대를 파는 가게’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들은 정확히 ‘수면 전문 기업’입니다.
자신들의 브랜드가 가진 ‘본질’을 알리고자 시도한 것이 바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이고요.
매트리스나 침대 프레임만을 전시하지 않습니다.
시몬스 테라스는 ―조금 엉뚱하게 여겨길 정도로―
기존 침대 쇼룸과는 다른, 독특한 공간 연출을 선보입니다.
더불어 부산에 위치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서는 여러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헬멧, 작업복, 줄자 등이 판매 상품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왜 ‘침대 파는 가게’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그것은 그들의 본질이 ‘수면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면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오직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잠자는 시간만을 판단해선 안 되죠.
침대 너머의 시간,
인간이 하루를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모든 시간을 탐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몬스는,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음을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쌓이게 되는 거죠.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디자인도, 디스플레이도 아닙니다.
새로운 세계는 절대 특정 기술로만 살아낼 수 없거든요.
시대를 이해하고, 문화를 해석하며, 사람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야만
트렌드를 선도하는 융합형 인재,
비주얼 머천다이저가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