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어서, 말야(3)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살아야겠어서, 말야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3)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달리는 시간


지금도 나는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으로 나간다. 시간은 늘었으나, 일부러 달리기와 걷기를 번갈아가며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그게 더 효과적이라고, 당신이 말했…던가? 여하튼 그게 체감되는 효과는 더 좋았으므로, 그러고 있다.

그런데 그냥 달리는 것은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달리기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속도를 유지해!’, ‘바람을 느껴!’ 뭐 이런 생각을 내가 할 수 있는 걸까? 달리는 동안에 잡생각이 자꾸 늘어났다. 안 그래도 INFP인 난 망상을 즐기는 부류인데, 이러다 정말 판타지 소설이라도 쓸 기세였다. 그건 ‘개이득’ 아니냐 말하겠지만 어차피 집에 들어오면 다 까먹는다. 그래서, 과감히 무선 이어폰을 구입했다. 버즈인지 프로인지 하는 녀석들은 달리다가 잃어버리면 큰일 아닌가. 올리브영에서 2만 5천 원짜리 무선 이어폰을 ―과감히― 사다가 귀에 꽂고 달리곤 한다. 어라? 성능이 꽤 뛰어나다. 과하게 노이즈 제거가 들어가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적당한 성능이 달리기엔 더 좋다. 그래서 이 2만 5천원짜리 무선 이어폰은 내게 아주 딱이다. ―작곡가인 친동생에겐 미안하지만― 음악은 듣지 않는다. 내가 듣는 건 오디오북이다. 윌라, 오디오북. 아예 월정액 회원으로 가입했다. 오디오북으로 듣던 소설이나 에세이가 마음에 들면 집에 와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한다. 그렇게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하며 책을 더욱 사랑하는 중이다. 그냥 붙잡고 읽으면 다소 지루해지곤 했던 ―개인 취향 차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도 오디오북 성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덕에 아주 술술 읽어낼 수 있었다. 한 번 듣고 나면 종이책으로 읽을 때 그 장면이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잘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 달리는 일은 말이다, 거의 삼조의 가치를 지닌 소중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냥 삼조는 아니고, 일석삼조랄까? 달리며, 나에겐 다시 건강이 찾아왔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천재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를 아끼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얻었냐고? 그걸 물어본다면, 당신에게도 달리기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취미라는 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당신에게 취미가 없다면, 당신은 당신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어야만 하며 그래서, 취미를 가져야 한다.

keyword
이전 13화살아야겠어서, 말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