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어서, 말야(2)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살아야겠어서, 말야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2) 굵고 짧게? 굵고 길게 살 거야!


경기도 안성시 삼정그린코아 아파트 지하에는 입주민들을 위한 헬스장이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회원 등록을 했다. 월 2만 원. 심지어 시설은 최신식인데다 공간도 엄청 넓었다. 러닝머신이 열 대가 넘게 있었으므로, 늘 나를 위한 자리 하나는 마련되어 있었다. 허나 꽤 심각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첫째는 마스크. 펜데믹 이후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으므로, 러닝머신을 달리다가 질식사할 가능성이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발목, 그러니까 한때 아작나서 수십 조각으로 분리되었다가 겨우 제 모습을 찾은 내 왼쪽 발목이었다.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조금만 무리해도 통증이 올 것만 같았다. 별수 없었다. 헬스장에서는 근육 운동만 하고, 유산소 그러니까 달리기는 밖으로 나가 동네 하천의 산책로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천천히 달리면 발목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나와, 내가, 한 합의이다.

합의 결과에 따라 밖으로 나갔을 때, 왜 진작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에 대한 격한 토론이 벌어졌다. 물론 나와, 내가, 한 토론이다. 산책로가 주는 이미지는 누가 뭐래도 ‘푸근함’이었다. 달리기보단 거닐고 싶은, 그런 전형적인 시골길. 그래도 달렸다. 푸근함이나 느끼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살아야했으므로, 무작정 달려보기로 했다. 했으나!


달리기는 고작, 정말 완벽하게, 1초의 어긋남도 없이 딱 1분 만에 종료되었다. 발목이 아플 겨를도 없었다. 마스크로 인한 호흡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냥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내 몸은, 딱 1분짜리 체력을 지닌 상태였던 것! 아마 당신도 이 자세를 알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겨우 버티고 서 있는 선수들의 자세. 난 1분 만에 그 자세를 완성했다. 주저앉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다시 합의를 했다. 나와, 나는, 쪽팔리니 얼른 들어가기로 1분 아니 1초 만에 합의를 마쳤다.


다행이었다. 쪽팔림보단 살고 싶은 욕구가 강했으므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성인이며, 심지어 학생들에게 계획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게다가 ―당신은 언제 적 이야기냐 하겠지만― 난 초등학생 때 경기도 화성시 갈담초등학교의 육상부였다. 그것도, 장거리 선수. 난 달리는 방법을 안다. 여기서 무너질 내가 아니다!

매일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았다. 오늘 1분, 내일은 1분 30초, 모레는 1분 뛰고 5분 걸었다가 다시 1분 달리기, 뭐 이런 식이었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었으나, 매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달린 거리가 늘어나는 걸 보며 100살은 거뜬히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100살은 좀 지겨울 것 같긴 하지만, 당신과 함께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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