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1)

-마블, MCU의 세계 속으로-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나도 당신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마블, MCU의 세계 속으로-


(1) 방학에는 좀 쉬고 싶어요


직업이 고등학교 교사라고 말하고 나면 굉장히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그게 다양한 것 같으면서도 한정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1. 공부 잘했나 보네!

: 뭐, 꽤 기분 좋은 반응이다. 교사는 공부를 잘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2. 그래? 어떻게, 애인은 있고?

: 이 반응은 딸을 가진 부모의 반응이 아니다. 손녀딸을 가진 어르신의 반응이다. 교사가 좋은 신랑감이라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아직 있어서 다행이다.


3. 아이고, 기 선생님!

: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이 있고, 그 학창 시절의 선생님이 계시다 보니 선생이라 하면 괜히 존대해주는 분들이 계시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이런 반응들이야 내가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나 역시 내 직업이 참 좋다. ―월급이 좀 성에 안…― 물론 듣기 싫은 반응도 적잖이 존재하는데, 그중 단연 으뜸은 바로 이거다.


“선생님? 방학도 있고 완전 꿀이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교사가 되면 방학이 존재하니, 그 방학을 온전히 쉬며 놀고먹고 하고픈 걸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첫 방학을 맞이하기 한 달 전쯤, 같은 학년 국어과 선생님이 물으셨다.


“라쌤, 라쌤은 방학 보충 뭐 할 거야? 시? 소설?”


이게 무슨 말인가. 방학 때 왜 보충을 한다는 것인가. ‘방학 때는 체력 보충을 해야죠, 선생님!’이라 외치고 싶었으나 나만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함부로 떠들 수는 없었다. 그저, 그냥, 그러려니, 할 뿐. 달력을 들춰 가만히 살펴보니, 한 달 방학 중 온전히 쉬는 날은 일주일이 채 안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방학 보충 수업을 3주간 진행하고 나면, 나머지 일주일은 생활기록부를 써야 했다. 어찌 보면 학기 중보다 더 빡빡했다는 사실! 학기 중엔 일주일에 준비해야 할 수업 차시가 두 시간뿐이었는데, 방학 땐 매일 다른 수업을 준비해야 했으므로, 오전엔 수업, 오후엔 수업 준비. 이걸로 하루가 다 가버렸다. 이게, 방학이 맞는 것입니까!


첫 방학 보충 수업이 끝난 날부터 내리 3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번아웃! 이젠 정말 체력 '보충'이 필요한 시점. 참된 방학을 보내고 싶었던 선생님은 선생님 지위를 내려놓은 채 3일 내내 당시, 그러니까 2014년 이전에 개봉한 대부분의 ―평점이 괜찮은― 영화들을 모조리 섭렵하고 있었다. 이런 짓 혹은 행위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인프피’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괜히 양심에 찔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만히 누워서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다. 그게 영화였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를 보며 짜릿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관상>을 보며 이정재 배우의 왕이 될 얼굴상에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또 실패하는 영화들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신중하게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 소중한 보충비를, 날릴 수 있으므로.


한참 영화 리스트를 살피다 조금 희한한 제목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 작품이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다른 작품과도 스토리가 연결되는 독특한 영화이며, 관객들의 평점도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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