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MCU의 세계 속으로-
(3) ‘마블’은 당신의 취미가 될 수 있다
취미의 여러 조건 중 하나는 아마 ‘빠진다’란 것 아닐까? 우리 어머니가 국민가수 임영웅 ―실제로는 저보다 어리시지만 그래도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 형님께 푹 빠져 계시니, 아마도 어머니의 취미는 ‘임영웅’이라 해도 될 것이다. 어머니가 임영웅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임영웅이 출연한 영상을 찾아보며, 임영웅 콘서트를 가기 위해 예매 사이트에 온 가족을 동원하는 것은, 임영웅이란 존재가 어머니의 가장 강력한 ‘취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임영웅처럼, 나에게도 마블은 취미인 것이 분명하다.
마블 시리즈를 모조리 섭렵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2008년부터 개봉한 모든 영화는 물론 디즈니 플러스 OTT에서 방영한 마블 드라마 시리즈까지. 마흔 편에 가까운 작품들을 단 한 편도 빠짐없이 보는 동안 점점 마블에 심취하는 집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만 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유튜버.’ 마블 영화들은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리뷰하는 유튜버들이 생겨나며 마블을 취미로 둔 나 같은 존재들의 취미 생활은 더욱 질적 향상을 이뤄낼 수 있었다. 마블은 원래 코믹스, 그러니까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다. 이 원작이 영화화되며 어떤 점이 달라졌고, 또 어떤 점을 잘 살려냈는지와 같은 디테일한 측면을 이 마블 전문가인 유튜버들이 상세히 소개해주는 것이다. ‘삐맨’, ‘무비띵크’, ‘발 없는 새’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지식이 절로 쌓이는 기분이다.
우리 집에는 임영웅 응원봉과, 임영웅 방석이 있다. 이것들은 우린 전문용어로 ‘굿즈’라고 부른다. 마블에도 굿즈가 있다! 여러 굿즈 중 단연 피규어가 인기가 많다. 나도 몇 개 구입해보긴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정말 가지고 싶었던 아이언맨 피규어는 30cm 크기였는데, 95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곳곳에서 피규어를 전시 및 판매한다. 박물관 수준으로 전시해놓은 공간도 있다. 가끔 그런 곳을 찾아 그저 눈으로 보고 감탄하는 데에 만족하고 있다.
맘 같아선 내 집을 마블 전시장으로 꾸며놓고 싶다. 현관 입구에 거대한 헐크 피규어를 세워 넣고, 벽마다 코믹스북 표지를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이케아에서 적당한 전시장을 구매하여 칸마다 마블 피규어를 채워 넣는 그런 꿈을, 아주 가끔 꾸고 있다. 물론 이 장면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피규어 전시는 그 규모가 방대하지 않으면 애초에 난잡해 보이기만 할 뿐, 별 멋이 없다. 규모를 키울 자신은 없기에, 꿈으로만 둘 생각이다. 그래도 가끔은 인터넷에서 새로 출시된 제품들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는 있다.
그나저나, 가만 보니 당신은 취미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과하지 않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무엇이든 덤벼보자.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 사람의 취미가 아니라, 내 취미이니까. 과하지만 않으면 누구도 욕할 수 없는, 내 소중한 취미생활. 나 역시 당신의 취미생활을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