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독일 맥주 맛을 몰랐더라면(2)

-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의 놀라운 매력-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그때 그 독일 맥주 맛을 몰랐더라면

-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의 놀라운 매력-


(2) 아잉~거 참 맛있다잉


동탄 본가에는 미국 맥주만 있었다. 지금 당신 뇌리에 싹 꽂히는 그 맥주, 버드와이저.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버지의 직장이 한미 연합 사령부이고, 그곳엔 미국 브랜드가 가득한 PX가 있어서 군 면세 가격으로 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 1위 브랜드답게 버드와이저는 그 맛이 매우 깔끔했다. 개성이 너무 강한 맥주들은 먹다 질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버드와이저는 부드러운 목 넘김이 매우 인상 깊었다. 물론 버드와이저라는 맥주 맛 자체에 대한 인상도 깊었지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주말 저녁 가족들이 둘러앉아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그 분위기 말이다. 일단, 처음에는 그랬다.


안성 집에 돌아와서 지난 밤의 술자리에 대해 고찰하던 중이었다. 안 그래도 취미로 요리를 즐겨하던 나였으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안주는 뭐가 있을까 고민에 빠진 것이었다. 가부장제의 아이콘과 같은 분이 직접 요리를 해주셨는데, 나도 뭔가 하나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신메뉴를 고민하던 찰나, 한동안 잊고 있던 제자의 독일 맥주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전까지는 눈에 들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던 녀석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입 안에 침이 고이고, 괜히 갈증이 나고, 그 맛이 궁금해진 까닭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찬장에 있던 녀석을 꺼내 케이스에 쓰인 여러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름이 특이했다. 편의점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그의 이름을 아예 읽지도 못했다. 그거야 당연, 독일어니까.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맥주의 이름은 아잉거Ayinger였다. 내가 또 이름만 읽을 줄 안다고 넘어갈 종자가 아니지. 아잉거 맥주의 역사를 탐구하는데 이르고 만다.

독일 뮌헨 근처의 아잉이라는 작은 마을에 설립된 양조장의 이름이 바로 아잉거였다. 2015년에는 독일 최고의 브루어리로 선정되었으며 월드 비어 챔피언십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단연코 세계적인 브랜드의 맥주였던 것! 그런 존재를 나는 고작 찬장에 처박아두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니, 이 어찌 민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집에 있는 가장 예쁜 잔에 맥주를 쪼로록 따른 뒤, 적당한 거품의 양에 만족하며, 은은한 향을 코 안 가득 머금고, 슬며시 한 모금을 입 안 가득 채운 후, 꿀꺽 삼켰다. 그 뒤 자연스런 “캬”소리가 이어졌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져나왔다. 시쳇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고야 말았다. 이것이, 정녕, 맥주의 세계란 말입니까! 왜 그간 나는 소주에 막걸리만 마셨단 말입니까!


사실 뒤늦게 맥주 맛을 알았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천천히 알아가면 그만이지. 취미라는 게 나이 제한이 있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그저 편하게 즐기면 된다. 어쨌든 맥주의 세계가 나의 취미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으니, 이쯤 되었으면 얼른 냉장고로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도 지금 뭘 하고 있었든 당장 멈추고, 맥주의 낭만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기왕이면 멋진 팝 음악을 적당한 크기로 틀어 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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