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의 놀라운 매력-
(3) 아는 만큼 보이는 그 맛
당신은 알고 있을까? 맥주만큼 인문학적 요소를 모조리 갖추고 있는 존재도 극히 드물다는 걸. 맥주는 나에게만 취미인 것이 아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삶의 일부이자, 문화다. 그렇다면 난 맥주를 어떻게 취미로 삼고 있을까?
물론 맥주를 마셔야 한다. 허나, 절대 맥주를 그냥 마시지는 않는다. 어느 나라의 맥주인지, 제조 과정은 어떤지, 그 맥주에 담긴 특별한 역사는 없는지 항상 살피게 된다. 사실 이를 스스로 찾아 공부하게 되면 꽤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엔 맥주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오디오 클립을 통해 맥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분들도 있고, 맥주로 아예 책을 쓰신 작가분들도 계시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들어있는 맥주의 세계에 빠져들면 아마 당신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걸?
인상 깊었던 이야기야 무궁무진하지만, 확 꽂혀버린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그 첫 번째는 맥주 ‘잔’에 관한 것이다. 보통 캔맥주를 사서 캔 그대로 따서 먹기 마련이지만, 맥주에는 ‘전용 잔’이라는 게 있다. 제품별로 각기 다른 맥주잔이 존재한다는 것! 두께가 있는 호가든Hoegaarden 같은 잔은 손의 온도가 전해지는 걸 막아준다. 시원하게 들이켜야 제맛인 라거 종류의 맥주들은 대부분 두께가 있는 전용 잔이 있다. 가운데가 볼록한 에딩거Erdinger의 경우엔 특유의 향을 살릴 수 있는 전용 잔을 쓴다. 향이 강한 맥주들은 기왕이면 볼록한 잔에 마시는 게 좋다는 견해가 있다. 뭐 아직 맥주 전문가는 아니므로 그 특징을 고스란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찬장에 전용 잔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기는 하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맥주 ‘광고’와 관련된 것인데, 맥주 광고는 하이네켄Hieneken을 빼놓고는 절대 설명될 수 없다. 하이네켄 광고는 맥주보다 사람이 더 눈에 띈다. 최근에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옥외광고를 통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물론 광고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게 가장 먼저였겠지만, 그래도 그러는 가운데 사람을 함께 생각하는 그들의 제안이 꽤 인상 깊었다.
사실 요즘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세계 맥주들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내겐 아잉거만한 맥주는 없다. 첫 키스의 강렬한 추억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편의점에서 그 아잉거를 판매하지 않는다. 남해 독일마을이나 아예 독일 현지를 가야만 구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발품을 팔아 판매처를 알아내고야 말았다. 동탄 본가 근처에 떡하니 영업 중인 세계맥주 판매점을 찾아낸 것! 가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회원가입을 했고, 지금은 2주에 한 번 정도 들르고 있다.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것 아니냐며 당신은 구박할지 모르지만, 다행히 맥주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 적당히 취미로서 잘 즐기고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취미는 원래 그래야만 하는 것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과하지 않은 가운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오늘은 당신과 내 여섯 번째 취미를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