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팬이어서 KIA 차를 타는 남자(1)

-해태에서 KIA까지, 언제나 타이거즈-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KIA 팬이어서 KIA 차를 타는 남자

-해태에서 KIA까지, 언제나 타이거즈-


(1) 경기도 안성에도 야구팀이 생겼으면 좋겠다


때는 94년이었다. ―아닐 수도 있다― 평범한 내야 땅볼, 수비는 당연히 1루로 송구를 한다. 그런데 그때 2루 주자가 어느덧 홈으로 쇄도를 하고 있었다. 내야 땅볼에 2루에서 홈까지. 그게 가능하다고? 가능했다. 결과는 세이프. 순수한 영혼을 지닌 ―그땐 그랬겠지?― 어린이에게 그 장면은 충격 그 이상이었고, 뒤늦게 그 2루 주자의 이름이 ‘이종범’이라는 걸 알았다. 그 어린이는 그때부터 해태 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 된다.


어린이는 어른이 되었고, 해태는 KIA가 되었다. 많은 것이 변했으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해태든 KIA든 그들은 여전히 타이거즈란 이름으로 불리었고, 어린이든 어른이든 변함없이 타이거즈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난 KIA 타이거즈의 광팬이다. 나를 야구의 세계로 이끈 이종범 선수는 이제 타이거즈에 없지만 ―하필 LG 코치라니― 그래도 언젠간 다시 그가 타이거즈의 빨검 유니폼을 입어줄 것으로 믿는다. 여하튼 나는, 야구 경기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첫차를 살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었을 때, 같은 성당 신자이며 중고차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께 괜찮은 차가 들어오면 연락을 달라 부탁드렸다. 몇 주 뒤 내가 받은 연락, 그러니까 제안은 삼성의 ‘SM3’였고, 나는 그때 정중히 부탁드렸다. ‘K3’로 부탁드립니다, 하고. 사장님은 최대한 내 요구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애쓰셨고 결국 내 첫차는 K3가 되었다. 지금은 크삼이 ―차 이름이었다―가 없지만, 여전히 KIA 차를 타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내가 KIA 팬이기 때문이다. KIA 팬으로서의 의리랄까. KIA 팬들에겐 의리, 이 의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차기 에이스의 이름도 심지어 ‘이의리’일 정도로 KIA, 하면 의리가 먼저다.


야구 보는 게 취미라고 하면 ‘야구장에 자주 가겠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야구팬이라고 해서 아무 경기나 다 보는 게 아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 경기만 보지, 굳이 다른 팀의 경기까지 챙겨 볼 여력이 없다. 그런데 KIA의 연고지는 광주. 전라도 광주이므로 쉽게 경기를 보러 갈 수가 없다. 잠실 원정 경기가 있을 때나 가끔 보러 갈 수 있는데, 평일엔 또 가기가 어렵다. 그러니 주말 경기를 보러 가야 하는데, 주말엔 매진 되는 경우가 많고 잠실 경기장 주변은 너무 복잡하다. 이러니 야구장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수원을 연고로 하는 팀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모든 걸 떠나서, 솔직히 야구장보다 집에서 보는 게 더 나에겐 잘 맞는 부분이 있다. 그건…이쯤이면 당신도 알지 않을까? 나는, 인프피니까. 게다가 야구장에선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치어리더 응원석 근처에 앉기라도 하면 죄다 응원하느라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다. 난, 앉아서 보는 게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두 다리를 펴야만 한다. 그게 너무 싫다. 그리고 경기 흐름이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TV 속 해설자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야구를 즐기기 위해 더 좋은 측면이 있다. 야구는 좋아하는데 야구장은 가기 싫어. 죽고 싶은데 떡볶이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야구 보는 취미라고 했을 때 혹시나 당신이 내게 질문을 하고 싶다면 그냥 이렇게 물어봐 주었으면 한다.


“그럼 야구 자주 보겠네?”라고 말이다. 야구, 정말 자주 본다. 한 시즌이 144경기인데 많이 볼 땐 120경기 넘게 챙겨본 적도 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지구인 모두는 언제나 야구와 함께 살고 있다. 심지어, 겨울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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