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의 놀라운 매력-
그때 그 독일 맥주 맛을 몰랐더라면
-잠들기 전 맥주 한 잔의 놀라운 매력-
(1) 아버지가 왜 거기서 나와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학교엔 새로운 농담이 생겨났다. 교사가 학생에게 건네는 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졸업하고 꼭 선물 사 와라! 졸업하면 김영란법 적용 안 된다!”
오해 금지! 절대 진심이 아니다. 농담이다. 순수하고 착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할 때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이라도 더 드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괜찮다는 표현을 에둘러 하는 방법의 하나다. 그런데 정말 졸업하고 학교에 찾아올 때 선물을 한 보따리 싸 오는 녀석들이 많다.
“선생님, 지금 선생님네 반 애들 몇 명이에요?”
이런 질문을 한 후 아이스크림 서른 개를 사 오는 졸업생들이 있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 면을 세워주겠다는, 아주 기특한 녀석들. 재학 중인 아이들은 졸업한 선배의 그런 정성 어린 모습을 보며 담임 선생님 말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 했으면 좋겠다.
한 번은 졸업 후 재수 생활을 하고 있던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졸업생이지만 수시 모집에 도전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고, 더불어 교사 추천서를 부탁했다. 다른 학교였어도 물론 부탁을 들어주었겠지만, 녀석의 목표는 S대였다. 흔쾌히 허락하고 정말 정성을 들여 추천서를 써주었다. 다행히 녀석은 1단계에 합격했고, 2단계 서류 준비를 위해 학교에 잠시 들르게 되었다. 역시나 빈손은 아니었다.
“쌤, 쌤 술 좋아하시잖아요. 이거 제가 독일 여행 갔을 때 사 온 거예요.”
당신은 이 장면을 매우 훈훈하게 여기겠지만, 사실 당시 녀석의 쌤은 맥주를 즐겨 먹지 않았다. 그 쌤은 소주파였으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 기특한 제자 녀석. 맥주는 보리로 만든 음료수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니 기분은 좋았다. 집에 쟁여두고 생각나면 마셔보기로 했다.
사실 한동안 그 맥주는 잊고 있었다. 그전까진 집에서 혼술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므로. 요리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절대 야식은 먹지 않는 아주 올바른 생활 습관이 잡혀 있는 나에게 혼술이란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탄에 있는 본가에 올라갔을 때의 일이다.
주방에는 결코 들어가는 일이 없던, 가부장제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행주 기씨 충정공파 37대손인 우리 아버지가, 신메뉴를 개발했다며 닭똥집을 기름에 볶고 있었다. 신메뉴? 그렇다면 그전에도 메뉴가 있었다는 말? 그랬다. 아버지와 동생이 언제부턴가 술안주를 만들어 밤마다 ‘맥주 타임’을 갖고 있었던 것. 우리 집이 이런 집이 아니었는데…. 별 수 있나,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고, 닭똥집은 정말 맛있었고, 무엇보다 밤 열 시에 마시는 맥주 맛은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그날 이후 난 프로 혼술러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