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3)

시작詩作,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지만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번외편.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


(3) 시작詩作,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김소월이다. 소월, 김정식. 대학 때부터 지금껏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2등도 있다. 2등은, 이범근 시인. 이 분은 내 대학 선배이시기도 하다. 2011년, 내가 대학 졸업반일 때 조교로 계셨는데 그해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셨다. 20대 시인이라니. 그전까지 그냥 친한 형(심지어 같은 KIA 타이거즈 팬)이었는데, 이때부턴 조금 달라 보였다. 정말, 멋있었다.


좋아 보이는 건 다 따라 하려는 이상한 습성이 있었는지, 연습장 한 권을 사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더불어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가 시집을 읽었다. 시를 위해 시를 읽으면, 정말 시다운 시를 느낄 수 있다. 그전까지 지구인들에게 시는, 그저 문학 지문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더는 아니었다! 시어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면 훌쩍 시간이 흘러가 있었을 정도로 그때의 난, 시라는 텍스트가 참 좋았다.


그런데 온종일 노트를 붙잡고 시를 써본 적도 있었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허접스러운 나부랭이가 썼다는 티가 팍팍 느껴졌다. 시인들은 어떻게 이리도 멋진 구절들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왜, 유치찬란한 혼잣말만 지껄이고 있는 것인가. 꽤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답답함이 이어질 뿐이었다.


대학 때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의 교수님이 계셨다. 다행히 그분의 수업에서 답을 얻었다. 교수님은 시가 어려운 이유로 ‘우리 삶과 닮아있어서’라는 말을 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애매모호한 삶의 연속이, 바로 시와 닮았다는 것이다. 시는 우리의 삶인데, 그 삶과도 같은 시를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게 문제였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듯 시작詩作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인위적이지 않게, 그렇게 이뤄졌어야 했던 거다.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시를 쓰겠다고 덤벼들었으니, 잘 될 턱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시를 읽기만 한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시인이 될 수는 없는 거라고, 나는 받아들인 상태이다. 시인이 못 될 걸 알아서, 시는 쓰고 싶지가 않다. 취미로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아니, 괜히 배만 아프다.


저 멋진 시인들의 삶을 동경하지만, 동경하는 무언가를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인 것 같다. 마음을 비워야 더 많은 것들이 채워지는, 참 어려운 우리네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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