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4)

캠핑, 한 번은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번외편.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


(4) 캠핑, 한 번은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학 동기 영진이가 차박 캠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녀석은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난 후, 캠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매주 녀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 고등학교 동창들도 단체로 캠핑을 가자는 제안을 했다. 답답하게 집안에만 처박혀 있지 말라는 일침과 함께. 나도 참 귀가 얇은 사람인 것 같다. 쉽게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캠핑이, 가고 싶어졌다!


캠핑에 필요한 도구들이 따로 없었으므로, 일단 캠핑 흉내라도 내보자는 심정으로 카라반 캠핑장에 가보았다. 다행히 안성 주변엔 한 시간 거리의 캠핑장이 매우 많아서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첫 캠핑 날, 남들이 하는 모든 걸 다 따라 해보았다. 바비큐는 물론 꼬치구이도 해 먹었고, 밤엔 조명에 음악에 아주 풀 세팅을 해놓고는 ‘불멍’까지 완벽하게 해치웠다. 캠핑? 괜찮은데? 굉장히 매력 있는 이벤트였다.

돌아오자마자 ―집돌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인터넷으로 열심히 캠핑용품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텐트, 매트, 스토브, 테이블과 체어, 코펠과 식기 등등. 심지어 캠핑 한 번에 필요한 짐이 적지 않음을 알고 난 뒤에는 아예 차를 바꿔야겠단 생각까지 해버렸다. 이 짐을 다 실으려면 무조건 SUV로 바꿔야겠다는,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길이를 늘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책상에서 그대로 쪽잠에 들어버렸다.


웬만해선 낮잠은 안 자는 편인 나로선, 그 낮잠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졸았던 적은 있지만, 이건 졸음이 아닌 분명 낮잠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캠핑이 내게 주는 피로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인지하게 되었다. 집돌이가 캠핑은 무슨. 비싼 돈 들여 장비를 갖추어놓고 일 년에 한두 번 가야 많이 가는 편일 것이다. 카라반 캠핑도 이리 힘든데, 매번 직접 장비를 가지고 다니면 가기 전에, 다녀온 후에 정리해야 할 것이 산더미일 테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보니, 캠핑은 영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창을 모두 닫아버렸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기 위하여, 내 존재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응원은 답이 아니다. 아닐 땐 과감히 아니라고, 틀렸을 땐 우기지 말고 확실하게 나의 오류를 인정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캠핑으로 힐링을 하고 에너지를 얻는 이들도 있겠지만, 거실 소파에 누워 휴대폰만 만지작거려도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 이들도 있다. 다른 건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취향을 하찮게 여기더라도, 당신만은 당신을 그리 생각하지 말자. 절대 오답일 수 없는, 참 소중한 우리네 삶이다.


keyword
이전 27화번외편. 취미가 되지 못한 것들(3)